우리네 삶이란 시간과 공간을 기본으로 한다. 보기를 들면 아침 6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난다고 했을 때, 시간과 공간이 동시적으로 관계를 한다. 이렇듯 일상의 많은 일들이 시공간이라는 틀 속에 이루어진다.
근데 인터넷 그것도 모바일이 일반화된 요즘은 시공간의 제약을 많은 부분에서 뛰어넘게 된다. 소통의 도구와 기술들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이루어진 생활의 변화라고 하겠다. 이를테면 수 십 명의 사람들과 거의 동시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그것도 각자 다른 주제를 가지면서도 말이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면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다면 인터넷을 연다. 이러저런 모임이 많다 보니 모바일에서 다양한 소통 관계를 갖는다. 우선 먼저 메일을 확인한다. 간단히 답장을 해도 되는 것들은 바로 답을 하고, 며칠 뜸을 들여야 하는 것들은 바로 답을 하지 않고 일단 넘어간다.
그 다음은 sns. 페북은 안 하지만 카톡, 밴드, 카카오그룹, 텔레그램을 골고루 쓴다. 가벼운 상의와 공유를 하기에 참 편리한 툴들이다. 카톡을 가장 많이 쓰는 편이다. 때로는 둘, 때로는 20여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텔레그램은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니 내가 만나는 청년들과 소통에서 유용하다.
새벽에 카톡과 텔레그램을 열고, 이곳저곳에 메시지를 남기면서 재미난 현상을 발견한다. 누가 새벽 체질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즉석 채팅이 이루어진다. 근데 이 채팅이라는 게 주제를 완전히 달리하여 이루어질 때도 가끔 있다. 창 하나에서는 학부모 교육에 대해, 또 한 창에서는 농사꾼들 모임에 대해, 또 한 창에서는 청년들과 이런저런 상의...조금 정신이 없다 싶을 때도 있지만 묘한 쾌감을 맛본다. 오프 만남이라면 이런 식의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데서 오는 관계의 발전이다.
밴드와 카카오그룹은 카톡과 카페 중간 지점인 거 같다. 변화 단계를 보자면 카톡으로 가볍게 소통을 하다가 일정 정도 구성원이 모이면 그룹이 되어 밴드나 카카오그룹으로 묶게 된다. 근데 이 그룹은 그 나름 장점이 있지만 더 깊은 발전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료를 다양하게 축적하고, 서로 도움말을 주고받으며 성장하자면 카페가 유용한 툴이 된다.
마지막으로는 에버노트에서 하는 워크 챗이다. 이건 업무용이다. 필요한 업무를 공동으로 풀어가는 팀작업에 좋다. 우리는 가족끼리 팀작업을 자주 하기에 워크 챗을 흉내만 낼 뿐 일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일상에서 필요하면 자주 얼굴을 맞댈 수 있으니까. 그러나 가족 가운데 누군가 멀리 떠나 있을 때는 그 나름 유용한 툴이 되리라 본다.
그 외에 문자나 전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긴하게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렇게 다양한 소통의 도구들이 있다 보니 관계망을 다시 보게 된다. 오프에서 만나서 하는 관계는 시공간의 제약을 지나치게 많이 받게 된다. 생산성이 특별하거나 아니면 정 또는 사랑을 넉넉히 주고받을 때다.
그 외 많은 부분은 모바일 상에서 소통과 업무가 이루어진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관계망이다. 나는 산골에 살아 예전 같으면 하루 종일 만나는 사람이 고작 한 두 사람이지만 지금은 많이 다르다. 날마다 열 명 때로는 수 십 이상의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다. 댓글이나 표정은 물론 조회수들이 다 그런 느낌을 반영한다. 이렇게 여러 사람과 접촉을 하지만 이러한 소통에 들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새벽에 30분 남짓. 그 외는 잠시 잠깐씩 접촉을 하지만 들인 시간에 견주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건 오프라인에서 하는 일상의 대화하고는 참 다르다. 일상의 대화는 실시간으로 주고받게 된다. 그런데 이 때 대화가 즐겁고 유쾌하다면 좋은 데 그렇지 못할 경우는 피로가 누적된다. 대화가 끝난 뒤에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그 때 이 말을 꼭 했어야 했는데. 또는 그 때 그 말을 괜히 했구나....’
여기에 견주어 모바일 상에서 대화는 시공간을 넘어서기에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많다. 장점이란 충분히 생각을 한 다음, 메시지를 남겨도 된다는 거다. 상대방이 당장 답을 바라는 게 아니다. 심지어 답을 안 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다 보니 오프 대화보다 한결 실수를 덜 하게 된다.
나는 카톡 친구가 200여명 된다. 이 가운데 얼마 전에 협동조합을 꾸려가는 할머니 조합의 총무를 알게 되어 친구를 맺었다. 연세가 72살. 정말이지 나이를 잊고 사는 분이다. 카톡은 상대가 메시지를 읽었나 안 읽었나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내 메시지를 읽고서 하루 정도 생각을 하신 다음 답을 주신다. 문법도 서툴고 띄어쓰기도 없지만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 답을 주신 내용을 읽노라면 저절로 내 고개가 숙여진다.
태양광 사업으로 늘 바쁜 친구하고는 전화 통화가 결코 쉽지 않다. 문자를 넣고 나면 그 친구가 짬이 날 때 답이 온다. 사람은 아무리 바빠도 하루 가운데 어느 순간에는 짬이 나게 마련이다.
제법 긴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제는 우리네 삶이 시공간을 꽉 채우는 쪽으로 바뀐다는 거다. “바쁘다, 게으르다.” 이런 표현이 앞으로는 어울리지 않을 거 같다. 그보다는 하루하루가 삶을 꽉 채우느냐? 아니면 여전히 빈 구석을 많이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라 하겠다.
아무리 바빠도 빈 구석이 많을 수 있으며, 겉보기엔 여유롭더라도 삶이 꽉 찰 수 있다는 말이다. 가장 바람직한 삶이라면 하루가 꽉 차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거. 그래야 자신에게 예기치 않게 다가오는 또 다른 인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시공간에 살되, 시공간에서 자유로운 상태. 어쩌면 언젠가는 이루고픈 ‘도의 경지’라 하겠다.
여러분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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