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노래 그림 중독, 삶의 예술

노는 것보다 일이 더 재미

모두 빛 2015. 1. 1. 18:26

새해가 밝았다. 근데 딱히 뭐가 새롭지? 나이가 한 살 더 먹는 거? 모르겠다.

 

삶은 그냥 이어지는 흐름이 아닐까.

 

나는 일이 좋다. 노는 것보다 일이 더 좋다. 일 중독이다.

 

노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근데 잘 논다는 건 어떤 건가? 술 마시거나 춤추고 노래하기? 스포츠나 게임? 그 나름 재미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여럿이 어울려 놀자면 시간과 규칙을 맞추어야한다. 그리고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도 한 시간쯤 지나면 시들하지 않나?

 

그러나 일은 다른 거 같다. 일을 어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일이란 자신이 머릿속에 그린 걸 눈앞에 이루어내는 걸 말한다. 음식을 한다면 어떤 음식을 할까.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을 현실에서 만들어낸다.

 

글을 쓴다면 무슨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눌까? 그 핵심이 떠오르면 글을 쓴다. 쓴 글을 다듬고 고친다. 그 과정에서 이게 정말 일이 되는가를 거듭 생각한다. 알맹이는 있는가. 글이 쉬운가. 잘 읽히는가.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될까...일다운 글일수록 보람도 크다고 하겠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의 자기정리와 성장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바꾸기 이전에 스스로를 바꾸는 일이야말로 소중한 일이라 나는 믿는다.

 

사진도 마찬가지. 살아가다 어떤 순간을 영원으로 간직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내 경험으로 볼 때 사진이다. 사진은 단 한 순간을 잡았지만 그 사진에서 흐르는 뜻은 시간과 공간 속에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 이유는 사진을 보는 사람이 늘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느낌이 강렬한 사진을 찍는다는 건 소중한 일이 된다.

 

추위가 매서운 이 겨울에 내가 푹 빠진 일은 영상 만들기. 지난 7년간 꾸준히 찍어온 사진을 정리하고, 주제를 잡아 거기에 맞추어 사진을 다시 배치하고, 여기에다가 문장을 넣고, 음악을 보태며, 영상으로 흐르게 한다. 하다보면 해가 바뀌는 지조차 잊고 이 일에 빠져든다. 한번 잡았다 하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때로는 밥 때조차 잊어버려 식구들 구박을 받는다. , 이 정도면 일 중독을 넘는다.

 

이 일은 누가 해 달라는 일도 아니다. 내가 기획하고 내가 만들어가는 일이다. 언젠가 완성이 되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수순은 그 어떤 놀이보다 재미나기에 한다는 말이 더 맞겠다. 그래도 다시 가만히 생각해보니 당장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일차로 완성한 영상일지라도 내가 강의를 나갈 때면 사람들과 맛보기 정도나마 나누기도 하니까 말이다. 바로 어제는 생태수업 ppt 자료의 일부를 영상으로 만들어서 보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 일을 하다가 막히면 아들한테 도움을 받는다. 아들은 젊은이라 영상이나 IT 환경에 쉽게 적응을 하는 거 같다. 아들한테 배우는 즐거움도 크다. 부모로서 자식한테 같은 걸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묻는 게 창피하니까 물을 때마다 살짝 긴장도 하면서.

 

영상 만들기는 종합 예술이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어도,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 사람을 만나도 온통 이 일과 연결을 짓게 된다. 일의 범위가 어마어마하다. 덩달아 내 삶도 팽창하는 거 같다. 그래도 너무 멀리가진 말아야지. 늘 중심에서 둘레로, 둘레에서 다시 중심으로 순환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