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나물산나물 쑥 취 냉이/내 사랑 DSLR

계절 따라 사진을

모두 빛 2013. 3. 4. 11:17

농사 시작이다. 무경운 밭에 풀도 잡고, 거름도 내고, 밭 둘레 잡목도 제거하고...


그러면서 내가 꼭 해야할 일 가운데 하나가 사진 찍기다. 올해 사진은 곡식과 과일나무 사진. 그것도 꽃 사진을 중심에 놓고 찍는 거다. 글은 아내가 쓰고 사진을 내가 맡는다.


사실 야생화를 다룬 책은 많다. 하지만 우리가 늘 먹는 곡식이나 과일나무 꽃 사진을 다룬 책은 본 적이 없다. 곡식 꽃은 대부분 수수한 편이다. 콩꽃이 그렇고 고추꽃이 그러하며 벼꽃은 말할 것도 없다. 벼꽃은 제 때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을 정도니 말이다.


내 눈에는 호박꽃이 제법 아름답게 보일 정도인데 보통 못 생긴 꽃을 일컬어 호박꽃이라 부를 정도이니 이참에 우리를 먹여살리는 꽃들에 대한 명예를 회복해보려 한다. 곡식 꽃 가운데 눈으로 보기에도 제법 예쁜 꽃들이 있기는 하다. 홍화가 그렇고 더덕 도라지 꽃들이 예쁘다. 당근꽃은 거의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풍긴다.


과일 나무 꽃은 하나로 말하기는 어렵다. 배꽃은 소담스럽고, 감꽃은 앙증스럽고, 밤꽃은 신비롭다. 뽕나무 꽃은 있는 듯 없는 듯 피었다가 지고, 복숭아꽃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꽃에다가 집중하여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아무래도 가까이서 찍는 접사 렌즈를 많이 쓰게 된다. 꽃이 활짝 핀 것도 찍지만 막 꽃이 피어나는 사진이나 이제 막 꼭눈이 생기는 모습도 담아보고자 한다. 또한 꽃이 지고 열매가 굵어지는 모습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암술과 수술을 담아내야한다. 쉽지 않는 과정이다. 대상에 대한 집중은 물론이요 때에 대한 집중까지 필요한 일이다.


먼저 대상에 대한 집중. 매화를 찍는다면 한 나무, 한 가지, 꽃 하나에 집중하여야 한다. 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여러 개를 하다보면 나중에는 헷갈릴 위험이 있다. 대상을 정했으면 때 또는 시간  집중 역시 중요하다. 날짜별로 계절별로 찍는 건 기본.


그래서 표시를 한다. 내가 하는 방식은 헝겊쪼가리를 찍고자 하는 대상 가까이에 살포시 묶어두는 거다. 또 접사는 삼각대가 필수. 과일나무는 3단 삼각대를 활짝 펼친 상태에서 카메라 렌즈 높이에 맞추어 꽃눈을 찍을 생각이다. 땅 바닥에 가까운 곡식들은 작은 가지들을 꽂아 표시를 해두어야 한다.


꽃이 금방 피었다가 지는 경우는 더 집중해야한다. 꽃 가까이에다가 표시를 할 것도 없이 피었다가 지는 과정을 그 자리에서 지켜서 기록해야한다. 벼꽃 같은 경우는 피었다가 지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경칩을 맞아 나무 꽃눈들을 한바퀴 찍어보았다. 대부분 산비탈에 나무들이 있어 쉽지가 않다. 삼각대를 다 펼친 상태라 카메라 높이가 땅에서 일미터 30~40센티에다가 접사렌즈는 제법 무겁다. 그러니 자칫 균형을 잃고 쓰러지기 쉽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한 컷 한 컷, 한발 한발 조심조심. 봄이 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