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스크랩] 학교를 그만두고 마냥 뒹굴 거리는 아이를 보며...집착과 방치 사이

모두 빛 2012. 6. 14. 23:13

준비가 안 된 홈스쿨러 가정들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마냥 뒹굴 거리는 아이를 어찌할 것인가’이다.


한마디로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아이가 왜 학교를 그만두었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를 잘 다니다가 더 나은 배움의 과정으로 홈스쿨링을 선택할 때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근데 그런 가정은 많지가 않다. 학교가 힘들다고, 그만 두겠다고 호소하고, 애원하고, 울다가 지쳐 잠드는 날들을 보고 나서야, 아니면 아이가 망가질 만큼 망가진 다음 결정하는 경우가 아직은 더 많은 거 같다.


이럴 때 아이에게 당장 필요한 게 뭘까. 그야말로 쉼이다. 더 근사하게 말하자면 자유다. 쉼인 이유는 이렇다. 학교라는 시스템은 누구나 알듯이 여러 아이들을 한 곳에서 모아놓고, 시간을 정하고 과목을 정해서, 정해진 선생이 가르친다.  한마디로 꽉 짜인 틀 속에 아이를 집어넣는다.


이런 배움을 기꺼이 바라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 나름 뜻이 있고 성취동기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만만한 게 아니다. 말하기를 즐기는 아이는 듣기를 주로 하는 수업 시간이 힘이 들 수 있고,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는 진도를 재촉하는 수업시간이 원망스러울 수 있다. 한창 몸을 놀리며 자라야할 아이들을 책상과 걸상 앞에 가두어 두는 걸 기꺼이 감내할 아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짜여진 일과, 정해진 교과, 진도를 나아가야하고, 시험으로 우열을 가려야하는 시스템. 여기다가 왕따나 학교 폭력이라는 문화까지 아이한테 미치면 아이한테 필요한 게 뭘까.


홈스쿨링은 가정을 기반으로 할 뿐 그 기본 철학은 아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성장하는 걸 말한다.  배움과 성장 과정의 틀을  아이 스스로 짜간다.

 

주인으로 자라는 과정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쉼과 치유가 필요하다. 뒹굴 거릴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혼자 있을 자유, 그동안 밀린 잠을 잘 자유, 시계를 무시할 자유... 자유자유자유다.


하지만 부모 처지에서는 어렵다. 어디까지, 언제까지 내버려둘 것인가. 이 역시 아이 처지와 부모 처지 그리고 가정환경에 따라 많이 다를 것이다. 상처를 크게 받은 아이들은 쉼과 치유기간이 길어질 것이요, 기꺼이 학교를 벗어난 경우는 쉴 필요조차 아이가 느끼지를 못하니까.


적절한 쉼과 치유 기간으로 뒹굴 거리다보면 아이한테는 내면에서부터 하고 싶은 것들이 하나 둘 새롭게 솟아난다. 하다못해 만화책이나 환타지 소설을 즐겨 읽기도 하고,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때로는 은둔형 외톨이처럼 컴퓨터에만 매달려 지내기도 한다.


그럼 부모가 할 일은 마냥 기다려야 하나? 물론 아니다. 적어도 아이가 주인으로 스스로 일어서기 전까지는 부모 역할이란 게 있다. 그 첫째는 부모 공부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부모들이 부모 노릇을 학교에 맡긴 부분이 적지 않았다. 홈스쿨링은 부모 노릇, 부모 공부를 다시 하게 한다.


자식을 왜 낳았는가를 근본에서 돌아보고, 어찌 키울 것인가를 근본에서 다시 배워야한다. 아이와 관계 맺는 법을 다시 익혀야한다. 아이가 학교에 다닐 때 주된 관심은 시험과 친구 관계들이다. 집에 있게 되면 부모와 자식 사이 관계 맺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온다.


관계 맺기의 골자는 ‘아이를 독립된 인격으로 바라보며 함께 성장하기.’ 부모가 배우고 성장하지 않는 한, 아이를 독립된 인격으로 바라보는 게 쉽지 않다. 집착하거나 방치한다. 학교를 벗어나 홈스쿨링을 한다고 쳐도 부모가 아이에 대한 집착을 지속할 경우, 아이가 주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아주 더디다. 하고 싶은 공부보다는 해야 하는 공부에 허덕인다.


방치는 집착보다는 낫지만 이 역시 그리 바람직한 거 같지는 않다. 늘 배움과 성장에 목마른 아이들. 방치냐 아니냐의 차이는 자녀와 소통 여부가 아닐까.  자녀가 바라는 모든 걸 부모가 다 해 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자녀한테 바라는 걸 자녀가 다 들어줄 수도 없다. 초기에는 이 거리감을 메우는 게 쉽지만은 않다. 중요한 건 긴 호흡으로 보면서 거리감을 좁히고 친밀감을 높여야한다는 점이다. 대화가 안 된다는 거 자체가 바로 방치를 뜻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으리라. 홈스쿨링이 진행될수록 또 아이가 성장할수록 대화가 깊어지는 게 자연스러워야한다.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이들이 주인으로 성장하게 되면 부모가 아이 삶에 낄 틈이 점점 사라진다는 건 분명하다. 아이가 부모 곁에서 뒹굴 거릴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자유, 그 해방감을 마음껏 누리라고 한다면 지나친 격려일까? 아이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볼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아이와 대화를 하거나 부모 공부를 다시 해보면 어떨까?

출처 : 홈스쿨링 가정연대
글쓴이 : 아이른(광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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