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썩은 야콘 관아

모두 빛 2012. 3. 20. 07:21

야콘 관아를 모상에 묻으려고 꺼냈다. 근데 이게 웬일이냐? 대부분 썩었다. 이제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쫄딱 망했다.


그 이유는 야콘 보관 방법 때문. 지난해는 움을 일 미터 남짓 깊이 파고, 거기에다가 플라스틱 통을 묻었다. 이 통 안에다가 관아를 넣고 위를 보온하면서 겨울을 났다.


근데 얼어버린 거다. 이전에 했던 방식은 작은 비닐 집 안에다가 땅을 깊이 두 자 정도 파고 묻었다. 묻을 때 구덩이 속에다가 먼저 볏짚을 깔고 관아를 넣고 다시 볏짚으로 덮었다. 그 위에는 다시 얼지 않게 두툼하게 볏단으로 보온을 하고.


땅 속에 얼지 않게 묻은 거와 잔머리를 굴러 통에다가 넣어둔 것과는 차이가 컸다. 관아 한 상자 가운데 한 다섯 포기나 살았을까.


이웃들한테 연락을 하니 역시 관아 상태가 썩 좋은 상태가 아니란다. 부랴부랴 인터넷에 들어가 관아를 주문했다. 10키로 6만원.


농사는 거짓말을 안 한다. 농사꾼이 부리는 게으름이나 잔머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