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전정을 했다. 위로만 자라니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고 아내가 대대적으로 가지를 잘랐다.
대추나무는 조직이 치밀해서 도장목으로 사용되기도 한단다. 나는 이 참에 신발장 손잡이를 잘라진 대추나무로 달기로 했다.
우리 집은 토방과 마루 사이 작은 공간이 있는데 이를 합판으로 막아 신발장으로 쓴다. 그동안은 비가 들이치지 않게 막아만 둔 상태로 지내다가 이제야 손잡이를 달게 된 것이다.
일했던 차례는 이랬다. 우선 구불구불한 대추나무 가지 가운데 손잡이가 될 만한 부분을 먼저 자른다. 굵기는 손가락 정도이면서 보기에 아름답고 손에 잘 잡힐 수 있는 걸로. 이런 손잡이는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손잡이 세 개가 다 다르다.
이제 껍질을 벗긴 다음 신발장에 대고 위치와 모양을 잡는다. 아직 나무가 물기를 머금고 있기에 군불을 지핀 다음 뜨거운 열이 남아있는 아궁이에 넣고 문을 닫아 건조시킨다.
하룻밤 지나 손잡이를 단다. 위치를 잡고 3미리 드릴로 먼저 구멍을 뚫고 나사못 대가리가 들어갈 정도로 위는 9센티 정도 굵은 드릴로 살짝 판다. 그 다음 이 구멍에다가 나사못을 박아 고정하면 된다.
손잡이에 오일을 바르는 것은 다음에 하기로 했다. 탱이가 요즘 한창 공공 미술 관련 프로젝트를 하는 데 이게 끝나면 오일이 조금 남을 테니 그 때 바를 예정이다.
이제 비가 들이치거나 눈발이 날려도 신발이 젖지 않을 신발장을 갖춘 셈이다. 집 구석구석 살림 하나하나 사람 에너지가 들어간다. 손수 만든 손잡이 때문에 신발장을 열고 닫을 때는 물론 마루를 오르내리면서 보고 또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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