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급자족

오랜만에 뚝딱뚝딱 목공일

모두 빛 2011. 10. 23. 14:20

늦가을 비가 흠뻑 내렸다. 이럴 때 가을걷이 대신 하기 좋은 일, 뭔가를 뚝딱이며 만드는 거다. 마침 아내가 선반을 하나 만들어달란다. 길이 60, 폭 30, 높이 일 미터 30센티. 네 단으로. 


우선 설계 도면을 받았다. 그리고는 자재가 있나 알아본다. 창고를 뒤져 이것저것 자재를 챙긴다. 아무래도 일을 쉽게 하기는 어렵겠다. 예전에 집을 짓다가 남은 자투리 자재로 하려니까.

 

그래도 어찌어찌 대충 챙겼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가장 위 아래 판은 제법 두꺼운 송판으로 두께가 3센티 가량 된다. 이 송판은 그야말로 우리 집 지을 당시에 쓰고 남은 것들이라 15년 정도는 된 것이다. 그 다음 일 센티 남짓 되는 가는 송판 하나. 나머지는 합판 조각이다. 그리고 측면을 받치는 재목은 두 가지 각재를 혼합해서 써야했다. 자재가 부족해서.

 

자재를 다 뽑은 다음 공구를 챙기는 일. 톱 먼저. 줄자, 직각자, 끌. 대패, 드릴, 드릴기리, 연필, 나사못, 망치...작은 선반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공구가 적지 않게 필요하다.

 

대패는 먼지가 쌓였고, 목공 톱은 녹이 쓸었다. 이런 공구들은 자주 쓰고 잘 닦아 두어야 하는 데 어쩌다 한번씩 쓰려고 하니 이렇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이마저 없다면 빌리던가, 다시 마련해야 한다.

자투리 자재인데다가 오랜만에 하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가 올 동안은 자재와 공구를 준비했고, 비 그친 뒤부터 오늘 오전까지는 만드는 일을 했다. 뚝딱뚝딱. 대패질하고, 자르고, 홈을 파고, 드릴로 뚫고, 나사못으로 박고...

 

대패질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마땅하게 고른 각재가 없으니까 두꺼운 각재를 대패로 밀어서 두께를 왕창 줄이기까지 했으니까.  송판과 합판은 각재에다가 홈을 파고 끼워 맞추기로 했다. 다 만든 다음 벽면에다가 나사못을 박아 고정을 했다. 바닥 면이 살짝 기운데다가 네 단으로 올려 제법 높기 때문에 안정감을 위해서다.

 

완성되자마자 아내가 여기다가 여러 가지 갈무리 음식들을 놓는다. 삭힌 들깻잎, 삭힌 풋고추, 매실장아찌, 마늘장아찌...

 

일을 끝내고 뒷정리를 하니 한결 창고가 넓어졌다. 자재를 쓴 만큼 공간이 넓어진데다가 앞으로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작은 조각들은 땔감거리로 뺐다.

어느새 주말이 뚝딱뚝딱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