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급자족

집 가꾸기-울퉁불퉁 토방을 반듯하게

모두 빛 2011. 11. 26. 19:37

 

 

시골 흙집을 돌보는 일은 끝이 없지 싶다. 비바람에 조금씩 허물어지기도 하고, 햇살에 삭기도 하니까. 게다가 우리는 집이 완성도 되기 전에 먼저 들어와 살면서 집을 마무리해왔기에 더 그렇다.

 

그러니까 집을 지은 건 99년 가을. 그 이전에는 시골 빈집 방 한 칸에서 네 식구가 네 해를 살았다. 그러다가 지금 우리 집을 지으면서 완성도 덜 되었는데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허름한 방 한 칸에 살던 내공이 있으니 완성이 덜 된 집이지만 궁궐보다 더 좋아보였던 거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이렇다. 우선 기둥 세우고, 지붕 올린 다음, 벽을 쌓고 그리고 바닥을 마감한 상태에서 일단 집으로 들어왔다. 자그마한 아이들 방 하나를 신문지로 초배지를 붙이고는 이 방에서 네 식구가 살기 시작한 거다. 그러면서 차츰차츰 안방 도배하고 아이 방에서 안방으로 이사하고, 아이 방에 장판 깔아 아이들 분가하고...이런 식이었다.

 

그러니 다른 것은 말해 무엇 하랴. 급한 거 먼저 해서 살면서 그리 급하지 않는 것들은 다 나중으로 미루었다. 그러다보니 집짓기 시작하고 10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집을 짓는다고 해야겠다.

 

오늘을 토방을 반듯하게 하는 일을 했다. 토방(土房)은 방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조금 높이 편평하게 다진 흙바닥을 말한다. 흙집이 습하지 않게 하고 또 안정감을 갖기 위해 바닥에서 두 자 정도 돋우다보니 토방이 생기는 거다. 이 토방은 쓰임새가 좋다. 여기는 봄이면 산나물을 말린 다거나 가을이면 이것저것 널어놓기 좋다. 가끔 여기 주저 않아 손님을 맞거나 다리쉼도 한다.

 

근데 이 토방을 처음 집을 지을 때 앞부분을 우선 돌로 쌓고 그 뒤로는 흙을 대충 채운 상태로 지내온 거다. 흙에다 물을 뿌려가며 촘촘히 다져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 보니 토방 안에 뱀도 살고 비가 많이 오면 조금씩 주저 않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자꾸 지나다니니 점점 더 울퉁불퉁했다. 아내가 보다 못해 어떻게 좀 해 달라 한다.

 

이제 집 구조상으로는 크게 손 볼일은 없다. 이 참에 토방을 해결하자. 우선 큰 망치로 토방을 다졌다. 토방 안에 쥐구멍이나 뱀 구멍을 막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보니 사람 발이 잘 닫지 않는 벽 쪽으로 제법 가라앉는다.

 

그리고는 수평 줄을 튕겨 여기에 맞추어 물을 뿌려가며 초벌 미장을 했다. 흙이 제법 많이 들어간다. 40키로 포대로 열 개 이상 흙을 퍼온 거 같다. 이 흙에다가 볏짚을 잘게 쓸어 넣고 물을 넣어 반죽을 한다. 그 다음 이를 수평 줄에 맞추어 미장을 한다. 약간 경사지게. 빗물이 잘 빠지게 토방 뒤쪽에서 앞쪽으로 약간 기울게.

 

원래 흙일이란 천천히 시나브로 해야 한다. 흙이 물을 머금는 시간이 제법 걸리기 때문이다. 흙과 물 비율을 맞추어 하루 전에 통에 담아두면 일이 한결 쉬운데 늦가을 해가 짧아 그렇게 안 된다. 일 좀 하려면 금방 해가 지고 밤에는 살짝 얼기도 하고.

 

그러니 집 둘레에서 흙을 퍼오고, 볏짚을 작두로 썬 다음 물을 부어 장화 신은 발로 갠다. 흙도 골고루 볏짚도 골고루 흙과 물이 잘 스며들어야한다. 너무 되직해도 안 되고, 너무 묽어도 좋지가 않다. 작업 도구를 쓰는 것보다 장화 신은 발로 시나브로 밟는 게 가장 좋다.

 

이제 토방 일차 미장을 끝낸 상태. 아침에 일어나니 제법 말라 금이 간 곳도 있고 미장이 두툼한 곳은 살짝 얼어 서릿발이 보이는 곳도 있다. 물론 여기저기 고양이 발자국도 찍혔다.

 

이제 한 사오일 정도 꾸덕꾸덕 마르고 금이 갈만큼 가면 그때 마무리 미장을 한다. 이 때 최저 기온이 최소한 4도를 넘어가야 한다. 서리가 내릴 수 있는 최저 온도다. 마감 미장은 날씨를 잘 선택해야한다. 지금 계획으로는 다음 주 화요일 정도. 최저 기온이 7도 예상에 초벌 미장이 제법 마른 상태가 될 테니까.

 

완성이 다 된 집에 사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끊임없이 집을 지어나가는 과정 자체도 그 나름 재미다. 집이 해마다 조금씩 새로워지는 맛이랄까. 흙집이란 딱히 완성이니 수리니 가꾸기니 하는 구분이 없다고 본다. 그냥 그때그때 형편대로 하면서 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