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나, 홈스쿨링을 하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많다. 지난번 홈스쿨링 심포지엄 끝나고 뒤풀이 때도 많이 나온 이야기가 사회성이었으니까. 어찌 된 셈인지 밑도 끝도 없이 나온다. 물론 이런 의문을 낸 사람들은 지금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앞으로 할까 말까를 망설이는 가정이다.
그 날 뒤풀이 자리에서 나는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듣고자 했었다. 그 당시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사회성을 여러 갈래로 짚어보고자 한다. 홈스쿨러들은 어떻게 친구를 사귀는가. 그 이전에 가정 안에서 식구들끼리 소통을 어찌하는가. 아이들은 자라, 이 사회와 어떻게 호흡하고 또 기여하는가, 가정을 기초로 하는 새로운 사회는 가능한가. 이런 물음들에 여건이 되는 한 차례대로 짚어볼까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우리 경험에 기초한 하나의 사례라 보면 좋겠다.
먼저 가정 이야기부터 해 보자. 가정이란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공간이자, 식구가 함께 생활하는 생활공동체다. 그러니까 사회의 최소 단위이자 가장 밑바탕이 되는 곳이다. 사회성을 이야기하자면서 가정을 빼놓고 한다는 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밖에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꽤나 복잡한 거 같지만 사실 그 뿌리를 더듬어 가면 가정이 된다. 사회 폭력이나 나라 사이 전쟁이라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두려워한다. 그러나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부부싸움이나 언어폭력에 대해서는 싸움을 하는 당사자보다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이 훨씬 두려움을 더 많이 느낀다. 부모가 싸우면 아이들은 있을 곳이 없다. 몸을 어디에 둘 지, 마음을 어디에 쏟아야할 지 모른다. 방문을 닫고 구석으로 숨게 되고,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또한 부모가 크게 싸우면 자신이 성장하고 자라야할 미래조차 불투명하기에 공부가 잘 될 수가 없다. 이러다 보면 아이들은 가정이 불편하고, 자신들이 독립할만한 능력이 되기도 전에 자꾸 가정을 뛰쳐나가고 싶어 한다.
건강한 사회성의 토대란 무얼까. 바로 가정 안에서 부부가 또 부모와 자식이 그리고 형제가 서로 솔직하게 잘 통할 때다. 부모가 사회에서 얼마나 큰일을 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사회는 소수의 권력자들이 꾸려가는 게 아니다. 언론을 통해 자주 보다시피 그들은 걸핏하면 권력 싸움에 골몰한다. 이 사회는 가정을 잘 지키며 소리 소문 없이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힘으로 발전한다고 나는 믿는다. 왜냐? 다시 강조하자면 사회의 바탕은 가정이기에 그렇다.
홈스쿨링은 그 어떤 교육보다 가정이 중심이 된다. 학교를 벗어난다는 건 곧 가정에 집중한다는 뜻이 된다. 홈스쿨러들은 이 사회가 끊임없이 부추기는, 불필요한 욕구와 갈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남보다 앞서야하고, 남을 짓밟아야한다는 건 본인 역시 누군가에서 뒤쳐지게 되며, 누군가에게 짓밟혀 상처받아야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범위를 좁혀 사회 최소 단위인 가정만을 보자. 가정을 이루는 토대는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 없이는 가정을 꾸릴 수 없고, 아이는 당연히 낳아서 키울 수가 없다. 부부가 서로를 짓밟아서는 가정이 이어질 수 없다. 또한 아이가 태어날 수조차 없다.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거나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한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부모가 자식과 대등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말문을 닫아버린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경쟁하는 사회성’을 일부러 키울 필요는 아주 적을 테다. 형제끼리는 굳이 경쟁을 시키지 않고도 서로가 보는 것만으로 자극을 주고받는다. 또한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조차 아이들은 가끔 선의의 경쟁자로 여기기도 하니까. 사랑으로 아이가 태어나듯이 사랑으로 자랄 수 있는 공간이 가정이다. 어쩌면 사회성을 규정하는 여러 가치(경쟁 포함)들 가운데 가장 고귀한 가치를 꼽으라면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사회성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자신의 가정을 돌아볼 일이다. 식구끼리 잘 통할 때 이 사회는 아름답고 살아볼 만 곳이 된다.
설사 식구 사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학교를 벗어나는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 이유는 홈스쿨링이 잃어버렸던 사랑조차 되찾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식구 경험에 따른 결론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나려고 하면서부터 달라지는 여러 변화 가운데 하나가 가족 사이 대화다. 막혔던 대화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가정을 토대로 성장할 때 우리가 두려워해야할 그 본질은 무엇인가? 과연 가정을 중심으로 해서도 잘 배울 수 있을까? 친구는 어떻게 사귀지? 이 다음에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공부를 하다가 막히면 어떻게 풀어가지? 이런 온갖 물음들이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기도 하지만 점차 고리를 잡아내면서 식구 사이 소통이 활발하게 된다. 이는 학교와 교사에게 막연하게 기대던 내용들을 주체적으로 풀어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대화가 깊어지고 많아진다. 일반학교를 접어두고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것부터 대화가 많아지듯이 교육의 본질로 들어갈수록 부모와 자식의 대화는 많아지게 마련이다.
그 모든 소통의 시작과 끝은 다시 사랑으로 돌아온다. 부부가 헉헉대며 살아왔던 지난 삶 속에 잃어버렸던 서로의 사랑을 되찾고, 학교 교사들에게 맡겨두었던 아이들 재능에 대해 다시 눈을 뜨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있을까. 그리고 그 중심 역할을 대부분 아이들이 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가정이 사랑으로 충만하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자 이제 작은 결론 하나, 식구끼리 잘 통한다면 사회성은 큰 문제없다. 또 하나의 결론, 홈스쿨러는 최소한 그 부모보다는 사회성이 좋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가정을 중심으로 배우다 보니 그 부모 인맥을 기반으로 성장하기에 그렇다.
홈스쿨링을 한다고 사회성이 무조건 다 좋아지는 건 아닐 테다. 다만 확실한 건 홈스쿨링을 해나가는 동안, 가정이 뭔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또 그 본 바탕을 확인하게 된다. 만일 아이 사회성이 걱정이 된다면 그런 걱정을 하는 어른 본인의 사회성을 깊이 돌아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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