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잡지 일간지 연재

<자식 덕 보기>

모두 빛 2010. 9. 1. 04:38

 

‘새벽 메아리’ 세 번째 원고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둘 다 학교를 안 다닌다. 이렇게 한지 어느 듯 10년째. 딸은 초등학교만 마치더니 성인으로 자랐고, 아들은 콧수염 거뭇거뭇한 청소년이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거창하게 홈스쿨링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아이들이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과 아이들 의사를 존중해온 것뿐이다.

 

우리 부부가 강조하는 교육은 아이들 본성을 잘 살리는 데 있다. 잘 놀고, 잘 자고, 잘 먹고 나면 잘 배우고 싶어 한다는 거다. 이는 사람만 그런 게 아니다. 병아리도, 새끼 고양이도 다 그러하다. 잘 배우는 게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는 걸 모든 새끼들은 본능으로 안다. 우리 부부가 이렇게 하는 교육 과정을 <아이들은 자연이다>라는 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억지로 공부를 시키려고 하면 자꾸 어긋난다. 아이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뭔지를 잃어버리고, 부모는 자꾸 애가 탄다. 자식과 부모 사이는 멀어지고, 자녀성격도 삐뚤어진다.

 

자식을 왜 낳는가? 이렇게 묻는다면 예전에 나는 “우리가 낳기보다 저희들이 부모를 선택한 게 아닐까요?”라고 슬쩍 비켜가듯이 대답을 하곤 했다. 이제는 좀더 솔직하게 답한다. “자식 덕을 보고 싶어서요.” 

 

그렇다. 자식 덕! 학교를 안 다니며 자유롭게 성장하니, 우리 부부는 자식 덕을 많이 보고 산다. 우선 자식 덕에 잘 먹는다. 부부 둘만 있다면 대충 때우고 넘어갈 밥상도 자식 핑계로 반찬 하나라도 더 하지 않나. 또 아이들은 자랄수록 배우고 싶은 것도 점점 많아지니까, 그 덕에 부모 역시 많은 걸 새로 배운다. 다시 한번 십대 이십대를 산다고 할까. 자식 덕에 호기심도 많이 살아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힘까지 얻었다.

 

이뿐 아니다. 아이들을 가까이서 늘 지켜보니 아이들은 부모에게 도움만 받는 걸 싫어한다. 빨리 독립하여 당당히 자기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기보다 스스로 벌어보는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게다가 부모가 가끔 여행을 간다하면 적은 돈이지만 용돈이랍시고 슬쩍 건네주는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자식 덕을 다 늘어놓자면 책 한 권으로 부족하리라.

 

앞뒤가 이쯤 되면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을 테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과 이를 허락하는 부모들이 점차 늘어나는 걸 나는 피부로 느낀다. 다만 학교를 나온다고 다 잘 되는 건 아니다. 마지못해 학교를 뛰쳐나온 경우는 많은 아픔과 시행착오 그리고 자기치유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일찍 아이 생각을 존중해서 이를 살려낸 가정들은 ‘자식 덕 보는 문’으로 어렵지 않게 들어선다.

 

경쟁 교육이 치열할수록 방황하는 아이들도 늘어난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ㆍ중ㆍ고생이 지지난해보다 47%나 늘어났단다. 기가 찰 노릇이다. 적지 않는 부모들이 부모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자식이 자라길 바란다. 아이는 부모 노예가 아니다. 누구나 한 번 주어진 인생, 자기만의 길을 가고 싶어 한다. 공부보다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먼저가 아닐까. 아이들을 주인자리에 놓자. 아이마다 그 고유한 빛깔로 자라게 하자. 그게 아이 좋고 부모 좋은 길이다. 덩달아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