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월이면 손가락이 튼다. 날은 건조한데다가 흙과 물을 많이 만져서 그런 거 같다. 모종을 심을 때는 장갑을 끼기도 하지만 맨손으로 일해야 편할 때도 많다. 고추나 토마토 곁순을 질러준다거나 이제 막 돋아나는 씨앗들을 솎아내는 데는 맨손이 좋다.
설사 장갑을 끼고 일을 하더라도 손에 흙이 많이 묻을 수밖에 없다. 밭에 일이라는 게 흙과 씨름이니 그렇다. 특히 밭에서 돌이라도 하나 캐거나 하면 온통 흙투성이다. 그리고 무경운 피복을 위해 부엽토를 끌어다가 덮는 일도 손을 거칠게 한다. 가는 솔가지가 바늘로 찌르듯 찌른다.
논 일은 대부분 손이 물에 젖는다. 가끔은 손이 퉁퉁 불게 된다. 마치 목욕탕에 오래 있다 보면 손이 그렇듯이. 이렇게 논과 밭에서 번갈아 일하다 보면 한 편에서는 건조하고 흙투성이였다가 또 한편에서는 물에 손이 잠길 정도니 손이 고생이다.
게다가 요리하고 설거지하다보면 손이 쉴 틈은 그리 많지도 않다. 이러다 보니 손가락이 갈라져 안에 붉은 속살이 보인다. 여기에 물이 닿으면 쓰리다. 세수도 한 손으로 해야 할 때가 많다. 자고 나면 갈라진 부위가 아물지만 다시 일을 하면 갈라진다.
오른 손도 거칠지만 갈라지지는 않았다. 나는 두 손 가운데 왼손 엄지가 특히 심하다. 왼손은 오른 손을 보조하면서 빛은 못 보고 상처투성이다. 망치질을 해도 왼손이 보조로 잡아주니 잘못된 망치질에 얻어맞는 것도 왼손이다.
일을 주도해서 하면 같은 일이어도 할 만하다. 그런데 보조를 하는 쪽은 힘들다. 사람 사이 일도 그렇지만 두 손끼리만 보아도 그런 거 같다.
손이 트고 갈라진다고 연고를 바르고 싶지는 않다. 연고는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냥 조심하고, 저녁에 더운 물로 닦는 거나 아침에 쌀뜨물로 세수하는 거 이외는 대책이 없다. 대부분의 모종을 심는 5월 한 달을 내내 갈라터진 손가락을 어루만져야 한다.
뭐 특별한 방법이 없을까. 세월이 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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