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몸 공부, 마음 이야기

밖은 영하 12도, 구들방은?

모두 빛 2009. 12. 21. 07:07

 

 

 

올해는 눈도 자주 오고 추위도 매섭다. 오늘 새벽은 영하 12도. 이럴 때 구들방은 어떤가? 밤새 날이 춥다고 해서 보통 때보다 불을 넉넉히 땠다. 보통은 장작 다섯 개 정도인데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다면 장작을 두 세 개 더 넣는다. 아랫목은 그야말로 뜨끈뜨끈. 이게 온도로는 도대체 몇 도일까? 새삼 호기심이 발동했다.

 

요즘은 우리 집 막대 온도계는 두엄더미에 꽂혀있다. 겨울에 퇴비를 띄운다고 그곳에 꽂아 두고 가끔 온도를 재어보고 있다. 두 번째 뒤집기를 한 상태인데, 아침 햇살이 오를 무렵에 가 보니 70도로 둘레 김이 모락모락 난다. 

 

온도계를 뽑으니 빠르게 온도가 떨어진다. 서서히 영하로 내려간다. 이 온도계를 다시 방안으로 가져왔다. 다시 올라간다. 안방 공기 온도는 16도. 조금 서늘한 느낌이다. 이제 구들방 아랫목을 재어볼 차례. 아랫목 방바닥과 요 사이에 온도계를 넣었다. 빠르게 올라간다. 60도가 넘고 드디어 70도도 넘는다. 이제부터는 아주 서서히 올라간다. 75도에서 멈추었다.

 

방바닥이 눋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대단하다. 구들방에 등짝을 지진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만일 구들방 두께가 얇거나 겹구들을 제대로 놓지 않았다면 아랫목은 불을 조금 많이 때면 방이 눋는다. 그런데도 춥다고 불을 더 때고 요를 깔아두면 요가 타기도 한다. 방이 눌을 정도라면 100도가 훨씬 넘으리라고 예상한다.

 

이왕 온도를 재는 김에 두루 재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 두면 자료 가치도 있고, 또 다른 집 온도와 견줄 수 있을 테니까, 구들방을 객관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싶다.

 

온도계를 빼서 아랫목 요 위이면서 이불 아래에다가 다시 끼웠다. 그랬더니 55도가 나온다. 잠 잘 때 발이 느끼는 온도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워서 땀이 나고 잠자기가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또 잠을 깊게 자지 못하면 더워서 잠이 깰 정도다. 몸이 마른 편인 우리 식구는 잘 잔다.

 

그 다음 윗목 요 아래에다가 온도계를 넣었다. 25도다. 그러니까 발, 엉덩이, 등짝 그리고 머리 있는 곳이 온도가 다 다른 것이다. 얼굴은 이불 밖으로 나와 있으니 숨 쉬는 공기는 16도가 된다.  그야말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다.

(참고로 우리 집은 벽체가 흙벽돌이고 그 두께는 16센티 정도이며 안팎으로 미장을 한 상태다. 창은 이중이지만 우풍이 있고, 영하 10도 아래에서는 성에가 생겨, 이를 막고자 겨울에는 창밖에다가 하얀 부직포를 댄다. 창 위아래에다가 대나무를 대고 부직포를 대나무에 끼워 창틀에 고정하니 성에가 없어졌다.)

 

구들방에서 하나 마음에 둘 것은 온도 변화다. 구들방에 불을 지피면 서서히 구들돌이 데워진다. 그런 다음 돌은 복사열을 서서히 내놓는다. 실제 방은 불을 지핀 지 두어 시간이 지나야 가장 온도가 올라간 상태가 된다. 그런 다음 온도가 서서히 내려간다.

 

구들방을 어찌 놓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집은 전문 구들쟁이가 놓아서인지 밤새 따끈하고 뜨뜻한 기운이 하루 이상 간다. 구들이란 참 신기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다. 물론 요를 늘 깔아두지 않으면 구들방은 금방 식는다. 이렇게 뜨끈한 방에 잠을 자다보면 구들을 놓아주신 할아버지가 새삼 고맙고, 우리 몸을 따뜻이 덥혀주는 땔감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다른 집들은 구들방 온도가 어떤지?  두한족열(頭寒足熱)의 기준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