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몸 공부, 마음 이야기

그냥 느낌일까?

모두 빛 2010. 5. 11. 19:28

 

 

 

오늘은 뭔가 느낌이 많다. 직파 논에 볍씨를 뿌리는 날. 네 번째 알을 품던 닭이 병아리를 깠다. 우연일까? 씨앗이 싹 트는 것과 새끼가 깨어나는 게.

 

상상이가 빚던 단양주 막걸리가 거의 발효가 끝나, 이제 이양주로 넘어갔다. 이 역시 우연일까. 미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안정기로 접어들 때 볍씨가 싹이 트는 게. 덕분에 볍씨를 뿌리면서 막걸리 한 잔 얻어마셨다.

 

볍씨를 준비할 때는 그냥 날씨만 마음에 두었다. 아들이 빚는 막걸리가 언제 익는지, 병아리가 언제 깨어날 지를 생각하고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 뭔가 호흡이 통했나.

 

게다가 이웃 집 아이가 우리 집 고양이 새끼를 가져가겠다고 왔다. 이 역시 우연일까. 그 전부터 새끼 고양이를 가져간다고 약속을 했지만 바로 그날이 오늘이라는 게 재미있다.

 

그런데 다 좋은 우연만은 아니다. 정식했던 고추와 옥수수를 거세미가 제법 먹어치웠다. 시치미 딱 떼고 하루 만에 옥수수 세 포기, 고추 네 포기를. 이런 속도로 먹어치우다가는 남아날 곡식이 없겠다. 곡식 둘레를 뒤져 거세미 여러 마리를 잡았다. 이놈들도 오늘은 더 극성이다. 이도 우연일까.

 

어쩌면 볍씨를 뿌리는 날은 내가 예민해서인지도 모른다. 보통 때도 세상 만물은 저 나름대로 깨어나고 자라고 새끼를 낳고 죽어갈 것이다. 다만 그런 순환을 더 섬세하게 느끼려고 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촉수를 예민하게 뻗어두면 세상 만물은 다 자신과 호응하기 마련인가. (2010.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