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세상이 뒤숭숭하다. 펀드는 손해에, 부동산은 폭락하거나 거래가 거의 없단다. 금이 안전하다고 한동안 금값이 뛰더니 곧이어 달러만이 유일한 돈이라고 너도나도 달러에 매달린다. 그런데 달러마저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몇몇 국가는 부도 위기에 몰리고, 증권시장이 문을 닫은 나라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1929년도 세계 공황과 지금을 견주는 여러 분석이 쉼 없이 쏟아진다. 우리나라 역시 대외의존도가 높아 급변하는 경제 공황 소용돌이에 있나 보다. 전문가마다 대책을 쏟아낸다. 빚을 없애고, 살아남으라고...
이렇게 나라안팎의 소식은 불안하고 뒤숭숭하지만 문 밖을 나서서 하늘을 보면 참 맑다. 너무 맑아 가뭄이 걱정일 만큼.
가을걷이 끝난 들판에 누어 세상일을 생각하면 참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자라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서 더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처럼 석유를 비롯한 모든 물자를 이렇게 풍성하게 쓰기 시작하던 때가 언제부터인가?
내가 자라는 시절에는 석유가 참 귀했다. 석유는 밤에 호롱불을 밝혀 꼭 해야 하는 일에만 썼다. 석유 한 되면 얼추 일년을 날 만큼 소중했다. 쓰레기도 없었고, 쓰레기라는 말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밥상은 늘 소박했지만 가을걷이 끝나고 이듬해 봄까지 배고프지는 않았다.
요즘 우리 집 저녁을 상상이가 차리는 데 참 소박하다. 땅콩 캐고 밤 주워온 날은 이 두 가지를 통째로 넣고 익혀 먹는다. 여기에 된장국 하나에 김치 하나 그리고 총각무 솎음 나물에 고추장이 전부. 연신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다 보니 어느새 밥상이 초토화되어 간다. 밥상이 낯선 건지? 세상이 낯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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