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들 자랑 좀 해야겠다. 우리는 아들 덕을 제법 보고 산다. 그런데도 이게 일상이다 보니 보통 때는 그 고마움을 잘 모르는 편이다.
며칠 전, 나는 서울을 다녀왔다. 광화문에서 송년회 자리 겸 촛불 집회 참석, 그 다음날 조카 결혼식. 이렇게 일상을 벗어나니 아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내가 집을 비우니 닭 모이 주는 것은 물론 군불 지피는 일도 아들이 했다. 이외 이번에 특별히 한 가지 일은 변기를 고친 일. 그러니까 얼마 전에 변기 물을 내리는 레버가 고장이 났었다. 부품을 사다가 갈아 끼워야 한다. 서울을 다녀왔더니 아들이 바꾸어 놓은 게 아닌가.
일요일, 조카 결혼식에는 우리 식구들을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식을 잘 보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속버스를 오후 다섯 시 차로 스마트폰 예매를 했었다. 식장이 터미널에서 멀지 않는 곳. 전철로 10분. 근데 식구가 많다보니 그냥 편하자고 택시를 탔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처음에는 잘 가더니 터미널이 가까워오자 막힌다. 20분, 30분 시간만 흐른다. 한 시간 넉넉잡고 출발했는데 이렇다.
“기사님, 괜찮을까요?”
“글쎄요. 요기 앞 사거리까지가 문제인데 장담을 못하겠네요.”
터미널이 눈앞에 보이는 데도 차는 하염없이 느리다. 시간이 37분이다. 내가 안절부절 하니까 아들이 나선다.
“제가 뛰어가서 표를 끊어둘 게요.”
예매를 했던 체크 카드를 아들한테 건넸다. 택시에서 내려 뛴다.
그리고 나서도 차는 제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아들이 표만 끊으면 뭐하나. 40분에 아내랑 나 역시 내려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사실 넉넉히 도착하면 터미널에서 딸 친구도 잠깐 이나마 만기로 약속했었다. 허겁지겁 도착하니 마침 7분 전. 표를 끊은 아들도 만나고 딸 친구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출발 일분 전에 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대전 역. 여기서 무주 가는 버스는 저녁 일곱 시. 대전 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 50분. 10분 여유다. 나는 자다가 깨서 어리바리. 역시나 아들이 앞장 서, 시외버스 표를 끊었다. 다행이 이 차 역시 2분을 남겨두고 탈 수 있었다.
무주에 도착해서는 보통 때는 아들이 운전을 했지만 이날만은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그동안 아들이 수고를 많이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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