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고라니가 콩을

빛숨 2016. 8. 12. 13:38

우리 콩밭과 고구마 밭에는 전기 울타리를 쳤다. 그리고 나서 한동안 고라니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고라니가 빈틈을 알았는지 가끔 들어온다. 3단 높이라 전체가 일 미터 조금 넘는다. 사실 고라니가 점프를 하면 가볍게 넘을 수 있다.

 

처음에는 들어와서 팥을 뜯어먹더니 그 다음에는 메주콩잎을 뜯어먹는다. 고구마도 같은 밭에 있지만 아직까지 입을 대지는 않았다. 고라니가 가장 좋아하는 건 서리태. 다행이 서리태를 집 뒤 밭에 심어 아직까지는 피해가 없다.

 

고라니가 우리 밭 콩을 먹을 때쯤이 콩꽃이 피기 전. 콩은 보통 꽃이 피기 전 두 번 정도 순 지르기를 한다. 그래서 고민이 되었다. 두 번째 순지르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며칠 더 지켜보자, 더 많이 먹지는 않는 거 같다.

 

그래서 고라니가 많은 뜯어 먹은 콩을 빼고 두 번째 순지르기를 낫으로 했다. 지금 막바지 꽃이 피고, 먼저 핀 것들은 제법 꼬투리 모양을 달고 있다.

 

나는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한다. 고라니하고 대화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순지르기 할 무렵, 전기 울타리를 내리고 문을 열어 고라니한테 대접을 하면 서로 좋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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