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색다른 강의를 했다. 숲사랑소년단에서 꾸리는 교사 직무연수다. 내게 주어진 주제는 ‘산골생활과 농업’.
그동안 대안학교 교사들한테는 여러 번 강의를 한 적이 있지만 일반 학교 교사를 상대로 하기는 처음이다. 주제도 대안학교에서는 ‘자연주의 또는 생명주의 교육’이었는데 이번에는 숲이 큰 주제다.
그리고 이번 직무연수는 여기 가까운 이웃들이 힘을 합쳐 꾸려냈다는 게 무엇보다 자랑스럽다. 그 핵심에는 명퇴하신 선생님과 이 곳 푸른꿈 학교 선생님이 계시다. 그러다보니 앞뒤 일머리를 잘 안다. 이렇게 연수를 꾸리지만 할 일이 얼마나 많나? 기획서를 짜는 것부터 장소와 음식 그리고 예산들을 잘 짜야한다. 설사 기획안이 교육청을 통과하더라도 실제 교사모집이 되어야 하는 데 이 역시 풍부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또한 연수과정에서 숙박은 물론 교육 내용도 만족스러워야 한다.
나는 연수 과정에서 마지막 한 강의를 맡게 되었다. 앞부분에 좀 부족한 게 있더라도 ‘마지막이 좋으면 좋다’는 말이 있다. 나로서는 평소보다 강의준비를 많이 했다. 틈틈이 연수장에 들려 다른 분들 강의도 듣고, 연수를 오신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분위기를 익히고자 했다.
참여한 교사는 30여 분. 강의장도 적당했다. 날은 무더웠지만 시설이 나름 괜찮았다. 무선 프리젠터가 없어 조금 불편한 거 빼고. 연수를 중심에서 꾸린 선생님네서 옥수수도 삶아와 교육장에서 나누어 먹으니 한결 분위기가 부드럽다. 나 역시 우리 집에서 기른 토종 오이 한 봉지를 들고 갔다.
내 강의 차례는 다음과 같았다.
-숲, 넘치는 생명세상
-숲에서 배우는 농사, 직파 벼 자연재배
-농작물꽃, 사람을 살리는 목숨꽃이여!
-쉽고도 근본이 되는, 한 글자 우리말
-통합적인 삶(생명, 사랑, 창조)을 위하여
그러니까 최근에 내가 낸 책 <씨를 훌훌 뿌리는 직파 벼 자연재배>를 직무연수에 맡게 압축해서 풀어냈다. 보통 내가 하던 강의는 두 시간인데 이번 연수장에서는 50분. 잘 진행하지 않으면 금방 시간이 가버린다. 무선프리젠터가 기능을 못해 화면을 띄어놓고는 화면 앞으로 내가 왔다가갔다 하면서 설명을 하는 게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 나름 움직이는 맛이 좋았다. 한 시간이 금방 갔다.
강의 끝나고 내가 가져간 오이를 나누어먹었다. 임산부 선생님한테는 태아 몫으로 하나 더 드렸다. 아무튼 교사들은 색다른 강의를 들었다고 좋아하는 분이 많았다. 나 역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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