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따뜻하다. 특히나 오늘은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정도로. 입춘은 2월 4일이니 아직 일주일 정도 남았다. 그럼에도 그 어느 해보다 봄이 빨리 오는 게 아닌가 싶다. 최저기온은 영하 3~4도인데 낮 최고는 10도를 오르내린다. 게다가 봄이면 바람이 센데 요즘은 바람마저 잔잔하다.
날이 따뜻하니 짐승 움직임도 제법 활발하다. 까치가 집 앞 능사시나무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벌써 일주일쯤 되어 온다. 보통 2월 중순이나 되어야 짓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봄기운을 앞당겨 느끼나 보다.
멧비둘기도 슬슬 짝을 찾는다. 그제 얼핏 울음소리를 잠깐 들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운다. 멧비둘기는 구구구 구구구 거리며 운다. 먼 산 어느 곳에서부터 아련히 들려오는 소리다. 이렇게 맨 먼저 우는 멧비둘기 소리는 집중하지 않으면 스쳐지나가기 쉽다. 대신에 집중했을 때 듣는 소리는 온 들판에 긴 겨울잠을 깨우는 울림에 가깝다.
우리가 키우는 닭도 예사롭지 않다. 암탉 몇 마리가 부지런히 알을 낳더니 한 마리는 아예 둥지에서 알을 품겠다고 내려오질 않는다. 날마다 둥지에 낳는 알을 있는 대로 꺼내 오는데도 한사코 빈 둥지라도 품겠다고 버틴다. 오늘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알을 품으라고 일곱 개를 둥지에 넣어주었다.
몸은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지만 마음은 아직 주춤거린다. 아직 논밭에는 눈이 드문드문 남아있다. 땅도 거죽만 살짝 녹아 질척거리는 상태. 땅이 녹으면서 주춤거리던 마음도 같이 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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