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유지하고 관리하자면 이런저런 공구가 필요하다. 망치, 톱, 펜치, 니퍼, 드라이브...여기다가 전동공구인 드릴이나 대패 같은 것까지 합치면 그 수가 아주 많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정리해두지 않으면 일을 할 때마다 헤매게 된다. 다칠 위험도 높다.
대신에 잘 관리해두면 일도 쉽고, 능률이 오른다. 또 어떤 공구가 빠졌는지, 한눈에 볼 수 있기에 언제든 부족한 걸 준비해둘 수 있다. 또한 이렇게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생각과 삶이 정리되는 정신적인 효과도 덤으로 따른다. 일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우선 손으로 다루는 공구를 걸어둘 수 있는 공구걸이를 먼저 만든다. 가정에서 간편하게 만들려면 두께 일 센티미터 정도 합판이 필요하다. 크기는 가정 형편에 따라, 또 공구 종류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 경우는 가로 일 미터 오십, 세로는 합판 규격 그대로인 1미터 10센티 정도. 공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한다면 조금 더 크게 해두어도 좋다.
우선 필요한 전체 공구를 크게 나눈다. 이를 테면 치수를 재는 자, 못을 박는 망치나 끌 작업을 하는 끌망치, 수동공사에 필요한 공구, 전기공사 공구, 펜치 종류, 톱 종류. 그 다음 이를 전체 합판 구도에 맞추어 배치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사람이 어떤 일에 비중을 많이 두느냐에 따라 중심이 달라진다. 자기만의 공구걸이를 만드는 것이 쓰기도 좋고, 보기도 좋다.
치수를 재는 자에는 줄자, 직각자, 일자로 된 쇠자, 플라스틱 자를 준비하여 합판에다가 배치를 한다. 그 아래 망치와 끌을 둔다.
이렇게 분류하다 보면 합판에 공구를 걸기 좋은 것도 있지만 걸기에 애매하거나 어려운 것도 있다.
이를테면 끌이나 드라이버 같은 경우는 별도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공구들은 손잡이에 구멍을 뚫을 수 없기에 사진에서 보듯이 작은 걸이를 따로 만들어 합판에 붙인다. 굵은 각재로 해도 되지만 작은 각재 두 개를 연결해도 좋다. 가로 2센티 세로 3센티 정도 되는 나무 각재를 길이 50센티 정도로 해서 두 개를 자른다. 여기다가 끌과 드라이브를 그 모양대로 금 긋기를 하여 톱질을 하고 끌로 파낸다.
사진에서 보듯이 끼어 맞추듯 판다. 이게 다 되었으면 이 걸이를 합판에다가 고정을 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그냥 못으로 박거나 나사못을 박으면 안 된다. 각재가 작기에 쉽게 갈라진다. 나사못 박을 곳에다가 미리 드릴로 구멍을 뚫어야한다. 그 다음 그 구멍으로 나사못을 밀어 넣어 합판에 고정시킨다.
또 다른 작은 걸이는 대나무 필통 만들기. 연필은 목수 일에 아주 중요한 도구다. 이는 위아래가 없이 굵기가 가지런하기에 끌이나 드라이버처럼 홈을 파서 걸 수도 없다. 간단히 필통을 만들어 합판에 고정을 시킨다. 하는 요령은 지름 5센티 내외 대나무를 구한다. 더 굵어도 상관없다. 대나무 매듭은 15센티 내외라면 가장 좋다. 그 이유는 한 매듭으로 필통을 한꺼번에 두 개 만들 수 있기 때문. 15센티 매듭 중간을 경사지게 대나무룰 자른다. 자를 때 경사각이 긴 곳은 10센티이지만 짧은 곳은 5센티 정도가 좋다. 잠깐 사이 필통 두 개가 생긴다. 필통을 이렇게 경사지게 만드는 이유는 합판에 고정시키기도 좋고, 연필을 꺼내기도 좋기 때문이다. 이 대나무 역시 합판에 고정시키자면 먼저 대나무 경사진 면에 드릴로 나사못 자리가 되는 곳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그래야 갈라지지 않는다. 그런 다음 나사못으로 필통을 고정하면 된다. 이 필통을 한 서너 개쯤 만들어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재미가 있어 자꾸 생각이 뻗어간다. 임시 도면을 넣어 두어도 좋고, 굵은 드릴을 넣는다거나 기동성 있게 임시로 자주 쓰는 것들을 넣어두면 된다.
그러다가 멋을 내고 싶어 자연을 그대로 살린 걸이를 두 개 만들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기름통과 도면 걸이로 쓰이는 나뭇가지다. 작은 잣나무 가지는 다시 연필만한 잔가지를 두고 있는데 이를 걸이로 이용한 것이다. 나무껍질을 벗기고 합판에서 고정한다. 이 걸이에는 이후에 L렌치라든가 고리가 있는 간단한 공구들을 쉽게 걸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공구를 걸다보면 조금 삭막한 느낌을 받기 쉬운데 나뭇가지 걸이가 있으니 자연스러운 멋을 주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한다.
수도 전기, 공사 공구도 한 자리에 모은다. 수도 공사에는 파이프렌치와 바이스 프라이가 중요하다. 전기 작업에는 펜치와 니퍼. 그 다음 테이프도 중요하다. 수도에는 물이 새지 않게 하는 테프론 테이프가 필요하며, 전기는 피복을 절연하는 검정색 테이프가 필요한 데 이를 해당 공구 위에 걸어둔다.
이 외에도 공구를 갖추자면 무척 많다. 한 가지 더 꼭 추가할 공구는 톱이다. 이 톱만 해도 종류가 많은데 가정에서는 목공 톱과 쇠를 자르는 쇠톱 정도만 있으면 웬만한 일을 다 할 수 있다.
공구를 배치하는 것 못지않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년에 한 번 정도만 쓰는 공구들은 기름칠을 해서 잘 두어야 녹슬지 않는다. 그리고 끌 같은 경우는 짬짬이 날을 갈아두는 게 좋다.
이렇게 공구걸이를 다 만들고 공구를 걸어보니 내가 얼마나 공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다. 앞으로 잘 하면 되지 않겠나. 어설픈 공구걸이지만 집이 한결 정리가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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