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통문] <직파 벼 자연재배>
아주 귀한 책 한 권이 세상에 태어났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보물과도 같은 책이었다. 논농사를 짓는데, 남들이 하듯 모내기를 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볍씨를 논바닥에 바로 뿌리는 직파에 관한 내용이다. 그것도 제초제도 안 치고 하는 자연재배 직파법이다.
사실 나는 유기농으로 작지 않은 규모의 논농사를 제법 오랫동안 해왔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나더러 원고 상태에서 미리 한번 보고 감수를 해달라고 보내왔다. 그런데 감수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새롭게 배운 것들이 많았다. 요즘은 다들 편하게 농사짓고 편하게 살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거의 수행하듯이 농사짓는 삶을 보여준다. 이런 농법, 이런 삶이 독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나 또한 가슴이 다 두근거린다.
저자에게는 사위가 있는데,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그 사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보고 농사를 이해하고 직접 일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내용이 너무나 세세한 경험을 바탕으로 써져서 그런지, 읽고 나면 마치 내가 방금 그런 농사를 지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사실 나처럼 농사를 오래 지었다고 해서 농사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관행대로 지으면, 관행농법 외에 알게 되는 건 드물다. 유기농 역시 마찬가지. 벼와 풀 그리고 여러 생물을 계속 관찰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짓던 대로 짓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이치가 들어 있어서 읽기가 참 편하다.
나는 줄기차게 유기농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기농으로만 20년 넘게 지어왔다. 규모도 만여 평이 넘는다. 남들이 유기농 농사를 꺼리니 나라도 많이 해서 환경도 보전하고, 올바른 먹을거리를 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유기농을 하더라도 가끔 뭔가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사람과 농사가 서로 분리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 찜찜함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은 것만 같다. 작물의 근원인 뿌리가 잘리지 않고 땅에 뿌리박을 수 있는 직파법을 접하는 순간, 무림의 고수를 만난 듯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전한 농법은 없다고 본다. 풀과의 경쟁에서 앞서자니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한데, 이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전 인류가 풀어야 하는 과제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는 선구자적 농사의 길을 가고 있는 듯하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땐 농업 기술 서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내용을 읽다 보면 단순한 기술 서적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농사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되어 농사의 참맛을 잃어버릴 만할 때 '농사는 이런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그런 책이다. 그리고 직파된 벼가 홀로 일생을 살아가면서 온갖 유기체와 상호 작용을 하는 게 너무나도 잘 묘사되어 있다. 또한 논과 논 둘레에서 자라는 수많은 풀의 종류랑 그 쓰임새들을 잘 정리해놓아 웬만한 식물도감 수준이다.
그동안 농사는 힘들고 고단한 농부의 삶으로 비쳐왔다. 하지만 농사라는 게 인위적인 것을 떠나 자연에 맡기고 순리대로 짓는다면 얼마든지 농부의 삶에도 여유가 생긴다는 걸 저자는 몸으로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농사일하면서 모든 걸 기계에 맡기다 보면 몸으로 하는 사소한 즐거움들을 놓치기가 쉽다. 논둑의 풀을 베기 위해 낫을 갈고 홀태로 나락을 훑는 게 결코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벼와 사람이 서로 교감하고 또 이렇게 하는 것이 벼한테도 유익하다는 걸 알고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짓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여서 너무나 보기가 좋다.
끝으로 이런 농사가 언젠가는 보편적인 농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책상에 항상 펼쳐져 있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귀농통문은 1996년부터 발행되어 2016년 5월 현재 77호까지 발행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입니다. 귀농과 생태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고민이 담긴 글, 귀농을 준비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귀농일기, 농사∙적정기술∙집짓기 등 농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등 귀농본부의 가치와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글모음입니다. (☞바로가기 : 전국귀농운동본부 바로가기 )
사실 나는 유기농으로 작지 않은 규모의 논농사를 제법 오랫동안 해왔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나더러 원고 상태에서 미리 한번 보고 감수를 해달라고 보내왔다. 그런데 감수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새롭게 배운 것들이 많았다. 요즘은 다들 편하게 농사짓고 편하게 살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거의 수행하듯이 농사짓는 삶을 보여준다. 이런 농법, 이런 삶이 독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나 또한 가슴이 다 두근거린다.

▲ <직파 벼 자연재배>(김광화 지음, 장영란 그림, 들녘 펴냄) ⓒ들녘
사실 나처럼 농사를 오래 지었다고 해서 농사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관행대로 지으면, 관행농법 외에 알게 되는 건 드물다. 유기농 역시 마찬가지. 벼와 풀 그리고 여러 생물을 계속 관찰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짓던 대로 짓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이치가 들어 있어서 읽기가 참 편하다.
나는 줄기차게 유기농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기농으로만 20년 넘게 지어왔다. 규모도 만여 평이 넘는다. 남들이 유기농 농사를 꺼리니 나라도 많이 해서 환경도 보전하고, 올바른 먹을거리를 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유기농을 하더라도 가끔 뭔가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사람과 농사가 서로 분리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 찜찜함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은 것만 같다. 작물의 근원인 뿌리가 잘리지 않고 땅에 뿌리박을 수 있는 직파법을 접하는 순간, 무림의 고수를 만난 듯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전한 농법은 없다고 본다. 풀과의 경쟁에서 앞서자니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한데, 이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전 인류가 풀어야 하는 과제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는 선구자적 농사의 길을 가고 있는 듯하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땐 농업 기술 서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내용을 읽다 보면 단순한 기술 서적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농사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되어 농사의 참맛을 잃어버릴 만할 때 '농사는 이런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그런 책이다. 그리고 직파된 벼가 홀로 일생을 살아가면서 온갖 유기체와 상호 작용을 하는 게 너무나도 잘 묘사되어 있다. 또한 논과 논 둘레에서 자라는 수많은 풀의 종류랑 그 쓰임새들을 잘 정리해놓아 웬만한 식물도감 수준이다.
그동안 농사는 힘들고 고단한 농부의 삶으로 비쳐왔다. 하지만 농사라는 게 인위적인 것을 떠나 자연에 맡기고 순리대로 짓는다면 얼마든지 농부의 삶에도 여유가 생긴다는 걸 저자는 몸으로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농사일하면서 모든 걸 기계에 맡기다 보면 몸으로 하는 사소한 즐거움들을 놓치기가 쉽다. 논둑의 풀을 베기 위해 낫을 갈고 홀태로 나락을 훑는 게 결코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벼와 사람이 서로 교감하고 또 이렇게 하는 것이 벼한테도 유익하다는 걸 알고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짓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여서 너무나 보기가 좋다.
끝으로 이런 농사가 언젠가는 보편적인 농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책상에 항상 펼쳐져 있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귀농통문은 1996년부터 발행되어 2016년 5월 현재 77호까지 발행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입니다. 귀농과 생태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고민이 담긴 글, 귀농을 준비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귀농일기, 농사∙적정기술∙집짓기 등 농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등 귀농본부의 가치와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글모음입니다. (☞바로가기 : 전국귀농운동본부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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