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급자족

태양열 건조기 만들기

모두 빛 2015. 7. 11. 16:58

 

후텁지근 날씨.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에 건조기를 만들었다. 거창한 게 아니라 태양열을 이용한 작은 건조기. 칼러 강판 한 장 정도인 폭 80센티에 길이 150센티. 고사리나 무 말랭이를 말릴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고추를 말리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고추 말리기가 어렵다. 제법 규모가 큰 농사에서는 대부분 전기 건조기로 말린다. 예전 고추는 여름 지나고 가을부터 붉게 익었다. 하여 말리는 과정에서 곰팡이가 피는 건 드문 일. 하지만 요즘은 종자도 예전과 다르고, 재배도 빨라졌다. 요즘 고추 모종은 다수확을 목표로 한다. 토종 고추에 견주어 양이 훨씬 많이 나온다. 또한 2월부터 모종을 비닐 집에서 키우니까 여름부터 고추가 붉어져 따게 된다.

 

자연 상태에서 고추가 마르자면 가을이 되어 건조하고 바람이 좋아야 한다. 여름은 고온다습하다. 고추가 마르는 과정에서 곰팡이가 쉽게 핀다. 그러니 건조기에 말려 안전하게 생산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급자족 규모에서는 건조기에 말리는 게 어렵다. 기계값과 전기세가 많이 나와, 배보다 배꼽이 크다. 적정기술을 이용하여 건조기를 손수 만들게 된다.

 

손수 만드는 만큼 형편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돈을 들여 제법 짜임새 있게 만들 수도 있다. 집열판과 건조대를 따로 설치하고 환풍기와 온도계를 달면 한결 잘 마르고 제대로 말릴 수 있다. 대신에 복잡하고 돈도 제법 든다.

 

이번에 내가 만드는 건 지자체에서 주민 교육사업으로 예산이 나온 거라 돈은 크게 들지 않았다. 대신에 시간 투자가 많았다.

 

구조 자체는 간단한데 오랜만에 제작을 해보니 쉽지가 않았다. 공구들도 오랜만에 잡아보고, 설계 도면도 없이 즉석에서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하려니까 실수투성이다. 다행이 작은 실수들이라 그때그때 수정을 했다. 도면만 있으면 두어 시간이면 끝날 일인데 그때그때 머리를 굴려가며 하다 보니 다섯 시간 정도 걸린 거 같다.

 

이제 말리는 일이 남았다. 고추를 따자면 아직 한참 남았다. 여름 나는 곡식들이 장마철에 벌레가 잘 난다. 특히 팥. 우선 이런 곡식들부터 건조기에 넣고 한두 번씩 말려야겠다.

'자급자족 > 자급자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따로 또 같이  (0) 2016.06.09
음나무, 가시가 뾰족뾰족  (0) 2016.05.02
오랜만에 용접....  (0) 2015.06.14
달걀 꾸러미, 볏짚공예, 거실 인테리어...|   (0) 2015.04.19
쐐기로 하는 장작패기  (0) 2014.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