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타일 작업을 했다. 처음 집을 지을 때 욕실 타일을 다 붙이지 않았다. 어깨 정도 높이까지만 타일을 붙였었다. 시간도 부족했고, 꼭 다할 필요가 있을까도 싶었다. 그냥 타일 없이 시멘트 상태로도 지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10여년 지내면서 보니 실제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습기가 차면서 오래 되니까 수증기가 많이 몰리는 곳에 일부 검은 곰팡이가 피었다. 언젠가 해야지 하면서 조금씩 준비를 해왔다. 돈, 시간, 마음의 여유, 필요한 자재들을.
이제 그 기회가 무르익었다. 필요한 자재는 틈틈이 읍내에 나갈 때 조금씩 준비를 해 두었다. 요즘은 아무래도 한가한데다가 날이 풀리니까 슬슬 나머지 타일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제는 타일을 스스로 붙일 정도 자신감도 생겼다.
인터넷으로 타일 붙이는 법을 알아보니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다. 이웃 가운데 집짓기 전문가가 있어 타일 붙이는 법도 배워왔다. 필요한 공구도 생각보다 많아 이웃한테 이것저것 빌려왔다.
준비물 : 타일, 타일 본드, 백 시멘트(줄눈) 타일 칼, 헤라. 해머 기능 있는 전동드릴, 6.5mm 콘크리트 드릴비트, 칼브럭. 나사못, 망치, 십자드라이버, 스펀지
타일은 규격이 다양하다. 필요한 만큼 벽면을 정확히 재단해서 타일을 준비한다. 그래야 모서리 타일 자르는 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타일과 타일 사이는 약 3mm 정도 띄운다. 틈이 어느 정도 있어야 나중에 줄눈을 잘 넣을 수 있고, 줄눈을 넣어야 타일이 튼튼하게 붙는다.
-타일 붙일 벽면에 거미줄 같은 이물질을 닦는다.
-타일 붙일 자리에 3mm 씩 띄우며 금을 긋는다. 먹 선을 튕기면 좋고 안 되면 줄자를 이용하여 연필로 긋는다.
-맨 아래 단부터 타일본드를 바른다. 미장용 칼이나 헤라라는 도구로 얇게 바르면서 톱니처럼 줄눈을 낸다. 타일 전용 미장칼도 있다.
-한줄 타일 본드를 다 바른 다음 먼저 발랐던 곳부터 타일을 붙인다.
-고무망치로 타일을 골고루 살살 두드리면 좋고, 고무망치가 없으면 주먹을 쥔 상태로 손바닥 통통한 곳으로 친다. 양이 많을 때는 근육통이 생긴다.
-계속해서 그 다음 위를 바른다.
-이렇게 하다보면 여기저기 모서리가 생긴다. 타일 칼로 타일을 잘라 붙인다. 타일을 자를 때 안전에 조심한다.
-타일을 붙여 나갈 때 너무 속도를 내지 않는 게 좋다. 벽면이 고르지 않거나 본드가 너무 많이 묻었을 경우 먼저 붙인 타일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타일과 타일 사이에다가 작은 나뭇가지나 두터운 종이상자를 접어서 끼어둔다.
-타일을 붙인 후 하루 지나 본드가 굳으면 타일과 타일 사이 틈을 백 시멘트(줄눈)로 메우는 작업을 한다.
-줄눈은 설명서에 따라 물을 적당량(타일 본드 점성 정도면 좋다) 탄 다음 타일 면에 고르게 발라준다.
-다 바른 다음에는 스펀지를 물에 헹구어가면서 벽면을 여러 번에 걸쳐 닦아낸다.
수건걸이 대와 욕실 장 붙이기
타일이 다 마르면 이제 벽면에 수건걸이 대와 욕실 장을 붙이는 일이다. 타일 위에다가 시멘트 못을 곧장 박으면 바로 깨진다. 콘크리트 드릴을 이용한다. 드릴 작업 역시 초보자는 쉽지 않다. 타일 면이 미끄러워 콘크리트 못으로 뚫을 위치에다 살짝만 흠집을 낸다. 그래야 드릴 비트로 구멍을 뚫기가 좋다. 6.5mm 콘크리트 드릴을 이용하며 구멍을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깊이까지 뚫는다. 뚫은 구멍에다가 타일용 나사못을 박을 수 있는 칼브럭을 박아 넣는다. 그런 다음 수건걸이 대와 욕실 장을 나사못으로 고정하면 된다.
주의사항 : 타일 본드는 겨울에 작업을 하고 보관을 하는 데 주의해야하는 데 영하로 떨어지면 안 된다. 본드를 안 쓸 때는 밀봉하여 얼지 않는 곳에 둔다.
집 짓고 나서 그동안 세탁기 뒷면에는 청소다운 청소를 제대로 안 했는데 이번에 대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검은 때를 벗겨냈다. 오랜만에 욕실이 환해졌다. 몸도 마음도 밝고 활기차다. 집을 가꾸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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