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노래 그림 중독, 삶의 예술

내 안에서 일어나는 느낌, 만다라(曼陀羅) 그리기

빛숨 2007. 12. 6. 08:13
 

 

지난겨울, 아내는 만다라 그림을 자주 그렸다. 나도 따라 해 보고는 싶은 데 전혀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 머리 크기 원 안에 느낌을 그려 넣는 그림. 남이 그린 그림을 보면 쉬울 듯한데 내가 그림을 그리자면 떠오르는 게 없었다.

 

알고 보니 만다라는 미술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단다. 칼 융은 만다라가 지닌 영적인 아름다움을 깨닫고 “만다라는 아주 특별한 마력을 지닌 원이다‘라고 했다. 만다라 그림을 통해 자신의 원형과 중심을 찾는 작업. 사람마다 그 과정은 다 다를 것이며, 그렇게 그린 그림 역시 고유하리라고 나는 믿는다.

 

만다라를 통해 내가 느끼는 치유는 내 안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있다. 나는 느낌이 오면 일단 언어가 먼저 떠오른다. ‘좋다, 싫다. 황홀하다. 어떻게 좋은 지, 왜 싫은 지’를 말이나 글로 풀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때로는 말이나 글로 안 되는 느낌이 있다. 부부 사이도 그렇고, 이웃 관계도 그럴 때가 있다. 때로는 오해를 풀고자 말을 하지만 말을 할수록 더 꼬이는 경우도 있다. 또 글로 뭔가를 드러내고 싶어 글을 쓰지만 아무리 쓰도 다 풀리지 않는 벽 같은 걸 느낄 때가 있다.

 

내게 만다라 그림이 다가온 건 가끔 요가를 하면서다. 몸을 구부리고 젖히다가 내 한계 끝에서 아주 조금 더 나가는 몸짓. 그 순간에 오는 느낌이 아주 특별했다. 열림, 깨달음, 확장, 환희, 치유...이런 느낌들이 복합되어 물밀 듯이 일어난다. 이건 정말이지 말이나 글로 나타내기가 어렵고,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그 고유한 느낌을 잃어버릴 듯하다.

 

이게 뭘까. 명상 상태에서 느낌에 충실해 본다. 하지만 느낌이 머릿속에 생길 듯 말 듯 쉬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 이후 요가를 하면서 그 느낌이 올 때면 느낌에 집중을 해 보았다. 조금씩 그림이 떠오른다. 오랜 노력 끝에 만다라를 처음으로 그려보았다. 말이나 글보다는 그림이 훨씬 많은 걸 담고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