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빛 2007. 9. 23. 05:53
 

 

 

추석이라 세상이 떠들썩하다. 귀경 차량이 꼬리를 무는가 하면 해외로 여행을 나가는 사람도 많다. 이제 나로서는 이 모든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추석이라고 특별히 설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 뭐 그런 상태.

 

서울 살 때는 명절이면 며칠 전부터 들뜨곤 했다. 자연을 벗어난 삶에서는 고향이 갖는 구심력은 컸다. 나를 자라게 한 뿌리이자, 마음의 안식처. 오랜만에 먹어보는 어머니 음식과 고향 흙냄새. 귀성길 오랜 차 막힘에도 힘들 줄을 몰랐다. 시골 고향은 분명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추석을 지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어머니가 농시지으신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싸 가지고 온다. 배추 몇 포기, 참기름, 땅콩, 고구마...어머니가 싸주신 음식으로 추석 기분이 한동안 이어질 정도.

 

그런데 내가 시골에 자리 잡으면서부터는 이런 설렘과 기쁨이 점차 달라진다. 주어진 삶 밖에서 찾던 걸 내면으로 옮겨왔다고나 할까. 이제는 명절이 되어도 그냥 덤덤하다.

 

그렇다고 의무감으로 고향을 가는 건 아니다. 가기 싫은 것도 아니다. 좀 고상하게 말하자면 어머니가 나를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머니가 원하는 삶에 나 자신이 많이 가까워진 셈이다. 한동안 의무감으로 명절 때 고향을 가는 게 싫어 안 가기도 했다. 그럴 때 어머니는 무척 속상해했다.

이제는 그냥 간다. 좋지도 싫지도 않게, 그냥 덤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