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나물산나물 쑥 취 냉이/내 사랑 DSLR

내게 뿌듯함을 갖게 해 주는 디지털카메라

모두 빛 2007. 7. 5. 13:46
 

 

 

조금 색다른 카메라 자랑을 좀 해야겠다. 조금 전에 이웃집에서 사진을 하나 부탁한다. 그 내용은 논에 넣은 왕우렁이 사진을 찍어달라는 거다. 이 우렁이는 군에서 지원되는 거라 지원받았다는 근거로 사진을 첨부해야 한다.

 

나로서는 쉬운 일이다. 잠깐 카메라 들고 논에 가서 찍고는 프린터로 인쇄를 해서 건넸다. 흑백 프린터지만 잘 나왔다고 이웃이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맥주 세 병을 건넨다. 카메라 덕에 술도 마셔본다.

 

카메라 자랑하는 김에 조금 더 해보자. 그러니까 이년 전 이맘때다. 홍수가 나, 산이 무너지고, 집에 쓰러졌으며, 논과 밭이 물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 워낙 피해가 심해 군에서 일일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나 보다. 피해규모가 크지 않은 곳은 개인이 사진을 찍어 올리라는 거다.

 

먼저 집이 조금 쓰러진 친구네 집 사진을 찍었다. 면에 제출해야 보상이 나온다. 그리고는 아랫마을 광철이 아주머니가 내게 사진을 찍어 달라했다. 나로서는 어렵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이 마을에 정착해서 살면서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많았다. 밥도 자주 얻어먹고, 씨앗도 여러 가지를 얻은 적이 있다. 굳이 그런 도움이 아니어도 내가 사진을 찍어서 이웃을 도와준다는 거는 기분 좋은 일이다. 이 사진 덕분에 아주머니네 밭은 군에서 축대를 해 주었다.

 

그랬더니 종수 아주머니도 사진을 좀 부탁을 한다. 이 아주머니네는 삼을 심은 밭이 홍수로 쑥대밭이 되었다. 홍수가 나기 전에 이천만원 가량 하는 삼밭이 천만 원도 못 받을 것 같다고 울상이다. 현장에 가보니 정말 앞이 캄캄하다. 사진을 찍고 프린터 해서 건네주었다. 그랬더니 고맙다며 한사코 내 손에 돈을 쥐어주신다. 이만 원이나...

“아주머니, 이러시면 안 돼요.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니, 돈 안 주셔도 되요”

“그럼, 내가 서운하지요. 돈이 적어서 그런가?”

 

아주머니는 완강하다. 돈을 적게 주어서 내가 안 받는 걸로 오해를 하니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이야기는 이렇다. 자기가 사진을 찍으려면 면 사진관에 부탁을 해야 한다. 그럼, 출장을 나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사진을 찾으려 면까지 나가야 한다. 그러니 돈으로 셈하자면 이만 원이 턱없이 적은 돈이라는 거다.

 

내 생각보다 아주머니 처지에서 하는 생각이 못내 안쓰럽다. 그냥 받는 게 아주머니를 편하게 하는 거라는 걸 느끼게 된다. 새삼 카메라가 고맙다. 내가 이웃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카메라는 말이 아닌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내 사랑 디지털카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