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빛 2017. 8. 20. 05:37

 

아기가 이제 5개월이 지나 6개월로 접어들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편이다. 다만 잘 때 어느 순간은 몸놀림이 부산하다. 그러다보니 잘 때 이불을 덮어주어도 발과 아랫도리가 노출되곤 한다. 이불이 제대로 몸에 붙어있지 못한다.

 

그렇다고 긴 내복바지를 입히는 것도 쉽지 않다. 한여름 더위도 더위지만 바지를 입혀두면 기저귀 한번 갈 때 바지를 다 벗겼다 입혀야 해서 기저귀 가는 게 손이 많이 간다. 여름이라 배만 잘 덮어주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가 않은 거 같다. 아무래도 발이 차게 된다. 여기 견주어 아기 머리는 상기되어 곧잘 땀이 차곤 한다.

 

그래서일까 아기가 가끔 자다가 보채거나 운다. 사실 누구나 손발이 따스해야하고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그러다가 얼핏 떠오른 생각.

 

아기한테 치마를 입히면 어떨까? 발로 차도 상관없을 테고. 기저귀 가는 것도 어렵지 않고.’

아기는 남자지만 갓난아기한테 성별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남성들도 치마를 입는 추세라 하지 않는가. 내 생각을 아내한테 말하자 아내가 당장 자신이 입던 얇은 속치마를 내온다. 치마가 어른 품이라 아기한테는 제법 크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아기는 아직 제대로 기지도 못하는 상태라 웬만큼 버둥거려서는 이불과 달리 치마가 몸에 붙어 있는 편이다. 자기가 위쪽을 발로 차도 등짝이 아래쪽을 누르고 있으니 벗겨지지 않는다. 아기가 손으로 치마를 잡아 올리면 조금 야한 모습이 되지만 잘 때는 잘 붙어있다.

 

다만 조금 불편한 부분이라면 아기를 안는다고 들어올 때 미끈거리거나 두 다리를 좌우로 가지런히 벌려야 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기한테 치마가 좋다는 결론이 났다. 아예 치마를 살짝 바느질을 했다. 아기 허리에 맞추어 임시로 몇 바늘을 꿰맸다. 필요하면 언제든 제자리로 둘 수 있게. 딸은 아기가 커다란 치마를 입은 모습이 가리비 같다고 귀여워한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육아를 잘 하는 거 같다. 딸한테도 곧잘 칭찬을 듣는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말이겠지만 여러 번 들어도 싫지가 않다. 나는 자칭 고급 할아버지 베이비시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