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마주 이야기 '아빠 술'-어린이문학 봄호

모두 빛 2017. 6. 15. 04:04

소미는 초등학교 일 학년 여자 아이. 소미 아빠는 술을 좋아한다. 소미는 술이 싫다. 하루는 소미가 아빠 품에 안겨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데 나도 곁에서 듣게 되었다.

아빠가 술 먹는 거 싫어?”

(고개를 끄덕이며)”

?”

(고개 들어 아빠 얼굴을 빤히 처다 보며 간절한 눈빛으로)

얼굴이 빨개. 못 생겨지잖아!”

 

아이 눈은 맑다. 부모는 아이한테 바라는 게 많지만 정작 아이들은 부모한테 바라는 게 그리 많지 않다. 아이한테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부모가 얼마나 많나.

백 마디 잔소리보다 아이가 어른들한테 해주는 굵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그게 아이도 살고, 부모도 사는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실 어른들한테는 술을 마실 핑계라면 널리고도 널렸다. 경제는 어렵지요, 정치는 썩은 내가 풀풀 난다. 사회는 어지럽기 짝이 없다. 술이 당기고, 술을 권하는 사회다. 세월호 하나만 보아도 그렇지 않나. 슬프고, 아프고, 화가 난다.

하지만 술을 마신다고 경제가 좋아지거나 정치가 나아지지 않는다. 어지러운 사회가 바로 서지 않는다. 물속에서 죽은 아이들이 살아, 뭍으로 돌아오지는 못한다. 조금 뻔한 이야기지만 삶이 어려울수록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숨겨진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라도 맑은 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으리라.

사실 술이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이 더 많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술로 망가지는 게 어디 몸뿐인가. 술이 취하면 몸만 어지러운 게 아니라 정신까지 어지럽다. 쓸데없는 용기만 늘어 운전조차 크게 꺼리지 않는다. 물론 돈도 적지 않게 든다.

그런데 나는 술에 대해 소미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정말 귀한 이야기가 아닌가. 마음이 맑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이리라.

아이는 있는 그대로 부모 모습을 사랑한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벌게진다. 말하자면 본래 모습을 가리게 된다. 가짜 얼굴이라고 할까.

나는 소미를 통해 배운다. 어두운 사회를 밝게 하는 건 붉은 얼굴이 아니라 밝은 얼굴이라고. 아이들이 해주는 굵은 소리는 맑고, 밝다. 잔소리와 달리 짧고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