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숨 2016. 11. 11. 22:10

하루지만 변화가 많다. 하루 종일 생생하다. 새벽 운동으로 달리기를 하고, 생강 정리하고 택배 보내고 고추밭 정리하고, 글 쓰고...

보통은 낮에 낮잠을 잠깐이나마 자야하는 데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보통 때는 지금 이 시간에도 졸리거나 무기력 했는데 머리가 생생하다.

 

생식에서 달라진 점은 우선 가짓수가 늘었다. 당근을 뽑아 먹고, 사온 마를 먹었다. 홍시도 먹고 귤도 먹었다. 돌깨도 먹고 참깨도 먹었다.

 

아내가 방아도 찧지 않은 좁쌀을 불러 놓아, 이것도 다른 곡식이랑 섞어 먹었다. 그러니까 현미, , 수수, 옥수수, 기장을 기본으로 하고, 싹을 틔운 녹두. 이렇게 섞어 반 공기 정도를 먹는다.

 

오늘은 녹두는 조금만 넣었다. 많이 넣으면 약간 비린 맛이 난다. 불린 곡식을 골고루 넣고 씹으니 군내 같은 맛도 덜하고 어제보다 한결 먹기가 좋다.

 

그리고 밥 때가 아닌데도 중간에 궁금하면 당근을 씹어 먹거나 참깨 들깨를 씹어 먹는다. 일단 침을 많이 내는 게 큰 도움이 되지 싶다.

 

생식만 먹기에는 조금 심심하다. 그래서 일하면서 먹는다 했다. 일 가운데 맞춤한 일이 바로 밥상을 차리기다. 한 입 넣으면 얼추 100번 가량 씹게 된다. 처음에는 현미만 먹을 때는 한 스무 번 정도 씹었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를 섞어 놓으니 100 번 정도 씹는 게 자연스럽다. 이렇게 입으로는 생식을 먹으면서 손으로는 부지런히 밥상을 준비한다. 찌개를 끓이고 나물을 무친다. 생식을 다 먹을 즈음에 밥상 준비가 얼추 끝난다.

 

준비한 생식을 다 먹은 다음 화식을 먹을 때도 무척 감사하고 행복하다. 밥 한 술 한 술이 새롭다. 요 근래 이처럼 내 삶에서 느낌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 눈도 더 밝아진 것 같고, 몸도 더 가벼운 거 같다.

 

무엇보다 이런저런 의욕이 부쩍 난다. 사실 요 근래부터 몸이 가라앉으면서 의욕도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내년부터는 글쓰기 연재를 그만둘까를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뇌가 활발하다. 살림 이야기 연재거리도 부쩍 생각난다. 머리도 맑다. 이런저런 영감이 많이 떠오른다. 주간지 연재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월간지 하나는 쉬는 게 좋을 거 같다. 아무리 생생하게 되더라도 이 역시 무리하는 건 좋지 않지 싶다.

 

밭에 오고 가는 길에는 무조건 달리게 된다. 오늘 오후에는 고추밭에 가서 뒷정리를 했다. 이렇게 오늘은 일기도 가볍게 쓴다. 당분간 생식 일기를 이어서 쓸 생각이다.

 

저녁에는 입에서 자꾸 침이 고인다. 아내랑 콩을 까면서도 침이 고인다. 말을 하면서도 자꾸 침이 고이다가 넘어간다. 삶이 달면 입에서 침이 고인다는 데 지금 이 순간이 그런가. 모든 곳에 의욕이 나니까 그런가 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이 밤 열 시. 그런데 전혀 졸리지 않고 초롱초롱하다. 입안에서 침이 계속 고인다. 이러다가 잠이나 들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