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수수에 양파 망 씌우기

모두 빛 2016. 8. 17. 18:42

수수가 꽃이 피고 수정이 되었다. 그런데 키가 너무 크다.

 

요즘 수수는 품종이 다양해, 사람 허리 정도 오는 것도 있다. 우리 수수는 키가 2미터 남짓.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심어오던 품종이다.

 

그런데 올해 수수는 이보다 훨씬 크다. 한참을 올려다 봐야한다. 눈짐작으로 3미터 남짓.

 

왜 이렇게 길게 자랐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새 피해를 막고자 잔머리를 굴린 탓이리라. 그러니까 요즘 수수는 참새가 극성이다. 4~5년 전부터 그렇게나 수수를 쪼아 먹는다. 여기에 덩달아 비둘기까지 가세한다. 그냥 두면 나중에는 씨조차도 남기지 않을 만큼 알뜰히 먹는다.

 

그러니 어쩌겠나. 망을 씌우는 수밖에. 양파 망을 씌운다. 처음에는 수수마다 망을 씌웠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다음부터는 수수 서너 개를 모아서 하나의 양파 망에 넣었다. 그랬더니 그런 대로 할만 했다. 다만 수수끼리 너무 멀면 이것도 어렵다.

 

그래서 망을 좀 쉽게 씌우자고 베게 심은 게 원인이 되었다. 키가 너무 크다보니 수수를 구부려 망에다가 집어넣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망에 넣자면 서너 개 수수 이삭을 가지런히 모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하나를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또한 키가 크다보니 줄기를 모으는 과정에서 부러지기도 한다.

 

이래저래 쉬운 일이 없다. 베게 심은 것치고는 수수가 잘 영글고 있는 건 그마나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