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오래된, 이오덕 선생의 편지 한 토막

모두 빛 2015. 3. 4. 14:26

 

어느 편집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오덕 다시 보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한창 편집중인 분이다.

 

선생님, 혹시 이오덕 선생님과 주고받은 편지 갖고 계신가요?”

그런데요.”

그 사진을 선생님 원고 글에 이미지로 넣을까 해요. 원본을 보내주시거나 스캔으로 좀 보내줄 수 있나요?”

원본을 보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리 돌아가신 분이지만 내밀한 편지를 아무에게나 돌리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물론 편지 일부만 따오려고 해요. 선생님이 보내주신 폰 사진에서 보면, 편지 끝 무렵에 이오덕 선생님이 얼마나 아이들을 존중했나를 볼 수 있으면 되거든요. 그 부분만 따서 쓴 다음, 소중하게 다시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끝부분만 카메라로 찍어 보내면 안 될까요?”

 

디자이너 말에 따르면 잡지와 달리 책에서는 카메라 사진은 선명도가 떨어진다고 해요.”

선명도 좀 떨어지는 거야 큰 문제 아니잖아요? 혼을 담은 편지를 혼을 담아 찍는다면 사진 그 자체로도 뜻이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 뜻이 그러시면 일단 사진으로 받아서, 디자이너랑 상의를 해볼 게요.”

 

그리고는 원본 편지를 찬찬히 읽어본다. 새삼 따스함이 밀려오고, 가슴이 뭉클해온다. 선생님, 그 곳에서 잘 계시지요?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