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수도 공사
상수도 잠금 밸브가 고장 났다. 설치 한 지 몇 해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렇다. 그 이유는 부품이 싸구려기 때문. 밸브 중간이 녹이 쓸면서 잠그는 장치가 겉돈다.
사실 도시 살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계량기에 따른 요금만 내면 된다. 하지만 간이 상수도를 쓰는 시골이라면 수도 공사를 손수 하게 된다. 이 때 부품을 잘 구해야한다.
건재상에 가서 그냥 “수도, 중간 잠금 밸브 주세요.” 해서는 안 된다. 부품이 다양하고 천차만별이다. 근데 대부분 건재상에서는 별달리 요구하지 않는 한, 값싼 부품을 준다. 시골은 돈이 귀해서 웬만해서는 싼 게 통한다는 관습 같은 게 있나 보다. 사실 싼 부품이라도 한두 해 정도는 별탈이 없다. 근데 긴 세월로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싸구려 부품은 티가 나게 마련. 녹이 조금씩 슬다가 나중에는 잠금 역할을 할 수 없게 겉돌아버린 거다.
집을 지을 때 꼭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건재라면 상하수도와 난방이다. 상하수도는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 부실하게 하여 나중에 물이 조금씩 새거나 하면 보통 골치 아픈 게 아니다. 고치는 데 많은 품과 돈이 든다. 이사 간다 싶게 집안 물건들을 다 들어내고 며칠 공사를 해야 한다.
난방 역시 마찬가지. 난방 효율을 되도록 극대화하는데 돈과 기술을 아끼지 않는 게 남는 장사다. 구들 같은 경우 아무렇게나 대충 놓으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나무는 많이 들고, 방은 쉽게 데워지지 않고, 방안으로 연기는 곧잘 스며든다. 이 뿐인가. 게자리를 제대로 해 두지 않으면 곧잘 곰팡이가 핀다.
수도 중간 밸브는 각 가정에서 언젠가 있을지 모를 수도 공사를 대비해서 비상으로 설치하는 부품이다. 각 가정 내부에서 수도 공사를 한다거나 할 때 마을 전체 수도를 잠글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 부품을 바꾸면서 단골 건재상한테 부탁을 했다. 녹이 슬지 않는 부품을 구해달라고. 즉석에서 도매상한테 전화를 하더니 스테인리스로 된 게 있단다. 근데 값이 엄청 비싸다. 25미리 잠근 밸브인데 밸브 값만 3만 천원이란다. 그래서인지 녹슬지 않는 건 기본, 밸브를 돌려보니 부드러운 느낌이 참 좋다. 아마도 이번에는 반영구적이지 싶다. 소모품이나 보석과 달리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에는 되도록 좋은 걸 쓰는 게 남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