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에도 무서리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날이자 입하. 여름이 시작된다는 날이다. 근데 밭에 가보니 무서리가 살짝 내렸다. 볏단을 두거나 검불로 피복해놓은 곳에 하야스름한 서리가 온 거다.
올해는 냉해가 유난히 심하다. 앵두는 꽃이 필 무렵부터 대략 다섯 번에 걸쳐 영하로 떨어질 정도였다. 서리는 영하는 물론 하한선이 영상 4도까지다. 그러니 서리가 내린 것까지 합치면 몇 번이나 냉해를 입었나 모른다. 제대로 꽃도 피지 않았고, 그나마 핀 꽃들마저 냉해를 입었다. 일주일 전쯤 싹이 난 감자 역시 강한 서리에 피해를 입었다.
이 곳만이 아니다. 포도, 자두, 복숭아 농사를 크게 짓는 곳에서도 냉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 곳은 여전히 새벽에는 춥다. 오늘은 영상 2도, 내일은 영상 3도. 언제든 서리가 내릴 만한 온도다. 낮 최고 기온은 오늘은 22도 내일은 23도. 7일쯤에는 날이 제법 풀린다는 데 이 역시 그때 가봐야 한다.
보통 때 이곳은 입하를 기준으로 농사가 시작된다. 비닐 집에서 키우던 고추모가 대부분 본 밭으로 나가는 날이다. 웬만한 집은 도시 자식네들까지 다 내려와 함께 고추를 심는 풍경을 곧잘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외 호박, 토마토, 가지들을 심어가야 하는데 날씨가 이러니 하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마나 추위에 좀 강한 옥수수를 심는 정도. 호박은 심고서 부직포를 씌워두었지만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다.
농사는 해마다 날씨에 따라 다르다지만 올해 냉해는 좀 길게 이어진다. 그래도 어쩌랴. 하늘을 따라야 하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