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오늘 한 일!
(오늘을 종일 비가 와서 그런 지 카페가 조용하네요. 혼자 북치고 장구 치는 거 같아 좀 머쓱하네요. 그래도 새벽 다짐에 대한 내 답이기에 그냥 올려봅니다.)
햇쑥
수선화
매화
머위
노곤하고 졸리다. 멍 때리며 글을 쓴다.
하루 종일 비. 이른 아침에 계획한 오늘 할 일과 한 일을 견주어본다.
아침에 일어나, 토끼 모이 해주고 나서 창고를 정리하려 하니 심란하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어지럽다. 우선 잘 안 쓰는 자투리 목재들을 땔감처리하기로 했다. 언제 쓸지 모르는 자재들이 여기저기 처박혀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걸어두고자 만든 액자 틀 역시 쓰지 않고 처박아 두었더니 먼지만 자욱하다. 이 역시 땔감으로 땡 처리.
(땔감으로 땡처리한 액자 틀ㅠㅠ)
공구 통 하나를 열어보니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흐트러져있다. 못이야 나사못들이 크기에 상관없이 온 군데 뒹군다. 게다가 모래야 톱밥이야 검불들도 뒤섞여 있다. 또한 공구통도 많이 낡았다. 처음 시골 내려온 뒤 마련한 것이라 얼추 16년째. 햇살에 삭아 너들너들하다. 뭔가를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쓰지 않는 것들을 버리는 건 더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너저분하게 하고 지내왔다. ㅋㅋ)
호흡을 좀 고르자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내가 제안을 한다.
"여보, 오늘 비도 오고 장날이니 장 좀 봅시다.”
이 참에 장에 가서 공구 통이나 하나 장만하자 싶다. 아내가 차린 아침을 먹자마자 장으로 나섰다. 공구통도 사고, 호미도 두 어 자루 사고. 차 정기점검도 하고. 이외도 이것저것 볼일을 보고 돌아왔다.
먼저 창고에 둔 공구 통 하나를 뒤집었다. 버릴 것들을 아낌없이 버렸다. 쓸만한 공구들만 챙겼다. 그리고 났더니 더 이상 정리할 마음이 안 난다. 아직도 공구 통이 두 개나 더 있는데...뭔가를 만드는 거는 재미난데 정리하고 청소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닌가. 제대로 정리 한번 하기로 마음먹은 게 슬그머니 날아간다. 굳이 내 변명을 하자면 자연 속에 자랐기에 쓰레기 없는 삶에 익숙하다고나 할까. 들짐승들이 청소 안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얼마나 갈까 싶지만 그래도 흐믓^^)
점저 준비. 쑥국 끓이고 시금치 무침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달라진다. 아내가 아점에 한 냉이 된장국이 제법 남아 있다. 비가 여전히 추적추적 오니 갑자기 김치부침개가 먹고 싶다. 쑥도 먹고 싶다. 쑥전도 할까?
“쑥이 어려서 부침개는 맛이 덜 할꺼요. 차라리 날쑥을 초장에 찍어먹으면 좋을 텐데.”
간장으로 간하며 밀가루 반죽하였다. 그리고는 우산을 쓰고 쑥을 뜯는다. 하루사이 제법 더 자랐지만 아직은 넉넉히 할 정도는 아니다. 쑥을 뜯다보니 수선화도 쑥쑥 올라와 꽃망울을 맺고 있고, 머위 역시 꽃망울을 달고 있다. 매화는 비를 맞으며 한창 피기 시작.
쑥을 날로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나. 날로 먹을 양만 두고 나머지는 부침개를 했다. 남은 반죽으로 김치부침개도 한 장. 근데 김치부침개는 양 조절을 잘못하여, 너무 두터워 타버렸다. 그래도 배고픈 뒤끝이라 맛나게 먹었다.
(타버린 김치 부침개. 배고프니 맛나다. ㅎㅎ)
인터넷에 들어와, 기다리던 메일 확인. 동시 두 편에 대한 전문가 감수를 부탁했는데 한 편은 무사히 통과. 기본을 했으니 이제 스트레스는 안 받아도 되겠다.
이제 뭐하지? 아, 중요한 게 생각났다. 내 동무 영이에게 줄 선물 마련하기. 영이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동무다. 오래 전, 내 몸과 마음 하나 추스르지 못해 빌빌거리고 있을 때 영이는 지역 생협도 만들고, 볍씨 학교라는 대안학교도 세웠고, 두 아이 키우면서 시어른도 모시는 철의 여인으로 살아왔다. 근데 이번에 동무가 오래도록 맡아온 사무총장과 대표교사 자리를 넘겨준단다. 이제는 조금은 개인 시간을 가지면서 귀농을 준비하고 싶단다. 정말 축하할 일이다. 뜻 깊은 이취임식이 될 자리에 나는 작은 선물 하나 전하고 싶다. 칡 줄기를 가지고 만드는 냄비 받침대다. 동무를 생각하며 한 시간 동안 만들었다. 오랜만에 만들어서인지 생각처럼 안 되었다. 다음 비올 때 다시 만들어야겠다.
(위 두 개는 지난해 이맘 때 만들어 쓰고 있는 것. 아래 조금 큰 게 오늘 만든 것)
더 이상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내일 있을 ‘사랑방 강좌’ 준비는 내일 새벽에나 마무리해야겠다. 졸린다. 그렇다고 지금 자면 내일 꼭두새벽에 또 깨게 된다. 그럼 또 아내 잔소리를 듣게 된다. 초저녁잠을 이겨낼 비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