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운동 삼아 눈 치우는 법
오랜만에 눈이 많이 왔네요.
눈이 많이 오면 생명살이들은 고달프고 위험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합니다.
눈이 오면 짐승들한테는 목숨 그 자체더군요.
새들은 먹을거리를 찾아 눈이 먼저 녹은 곳을 뒤지거나
말라붙은 낙엽 뒤에 매달려서 자그마한 벌레 알조차 찾아 먹습니다.
이마저도 넉넉하지 않으니 곧잘 얼어 죽곤 합니다.
사람 역시 어렵습니다.
전기 가스가 끊어질 위험도 높고
땔감도 넉넉히 해두지 않으면
얼어 죽기 딱 좋지요.
그러나 눈이란 사람이 그만 오라고 한다고 그리 되는 것도 아니며
겨우내 가뭄을 막아주는 꼭 필요한 자연입니다.
이왕 치울 바에는
눈 치우는 요령만 잘 터득한다면 이만한 운동도 없지 싶습니다.
산골 살이 십여 년 경험을 살려 정리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우리 마을에서 우리 식구가 치워야할 구간은 대략 200미터 남짓입니다.
눈이 얼마나 내리느냐와 그날 날씨가 어떠냐에 따라 많이 다릅니다.
먼저 눈이 많이 내릴 경우
5센티 이상 쌓이기 전에 한번씩 치우는 겁니다.
한꺼번에 10센티 이상 쌓인 걸 치우는 것보다
두 번에 나누어 치우는 게 몸에 무리가 덜 갑니다.
밤새 눈이 쌓인다면 초저녁에 한번
이른 아침에 또 한번.
눈이 밤새 2센티 정도 쌓였고
낮에 해가 난다면
차가 다니는 바퀴만 넉가래로 밉니다.
아주 쉽지요.
해가 나면서 나머지 구간은 차차 녹게 됩니다.
다만 응달진 곳은 바퀴만이 아닌
전체 다 밀어주는 게 좋겠지요.
다음은 넉가래를 미는 요령입니다.
옛날에는 넉가래를 송판 같은 걸로 집집이 만들어 썼는데
요즘은
아래처럼 아주 편리하면서 가벼우면서도
눈이 공처럼 말려 돌아가게 한 넉가래가 잘 나옵니다.
돈이 조금 들어서 그렇지.
먼저 길 한 가운데를 넉가래로 밀면서
사람이 다니는 길을 냅니다.
그 다음에 이 길에서
좌우로 넉가래를 밀면서 눈을 치웁니다.
3미터 도로 폭이라면
가운데를 밀면 이제는 양쪽으로 일 미터 남짓만 남으니까
한번 밀 때마다 그리 힘이 들지 않거든요.
그래도 반복해서 하면
힘도 들고
지루하고
무엇보다 몸이 불균형해지거나 굳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운동으로 눈 치우기를 하면 좋습니다.
겨울에는 몸 움직임이 적은데
눈 치우기는
딱 좋은 운동이 되지요.
같은 자세로 반복해서 치우다 보면 먼저 허리가 아픕니다.
한번 아픈 허리는 눈을 치우는 내내 좋아지지 않습니다.
눈을 다 치우고 나서도 한동안 허리가 아프거든요.
또한 안 좋은 자세는 손목에도 무리가 갑니다.
먼저 눈을 빨리 치워야한다는 마음을 버려야합니다.
운동 삼아 한다는 원칙을 될 수 있는 한 지키는 게 좋습니다.
그 자세한 요령을 볼까요.
-허리 위아래를 골고루 움직이기 : 눈을 빨리 쓸려고 하다보면 자세가 고정되기 쉽다. 허리를 중심으로 굳어진다. 이럴 게 해서는 얼마 못가 지친다. 다양하게 위 아래를 움직여준다. 이를 테면 넉가래로 밀기 시작할 때는 아주 낮은 자세로 시작하여 길 밖으로 다 밀어낼 때쯤에는 허리를 다 펴는 식으로. 이 자세 역시 고정될 수 있으니 그 반대로도 한다.
-좌우를 최대한 비틀면서 쓸기 : 위아래와 마찬가지로 좌우 역시 고루 쓰면서 최대한 비틀면서 한다. 이 자세는 요가를 생각하면 쉽다. 요가 자세는 한 동작이 끝나는 지점에서 한 호흡 더 앞으로 몸을 내민다. 그래야 굳었던 근육과 관절이 풀리고 호흡이 깊어진다. 이를 눈 쓸기에도 적용한다. 보통 몸 앞에서 넉가래를 가지고 움직이는 좌우 반경이 있는데 이를 훨씬 벗어난 몸놀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허리를 비틀어준다는 기분으로 한껏 반대방향까지 몸을 돌린다. 물론 눈 자체가 길 밖으로 나갔더라도 이 자세를 이어간다.
-손을 바꾸어 잡기 : 도구를 집을 때 오른 손이 넉가래 끝을 잡고, 왼손은 오른손 잡은 곳에서 두 자 정도 앞을 잡는다면 눈을 쓰는 중간에 수시로 손을 바꾼다. 몸의 방향 역시 바꾸는 게 일이 덜 힘들고 몸도 덜 피곤하게 된다.
-위아래 좌우를 다 골고루 움직이기 : 위에 말한 여러 가지를 다 함께 응용하여 다양한 자세로 눈을 치운다. 멀리서 보면 마치 태극권을 하는 듯, 춤을 추는 듯, 요가를 하는 듯, 명상을 하는 듯 온갖 자세가 나오면 허리도 안 아프고 나름 재미나게 눈을 치울 수 있다.
여기에다 복식호흡까지 곁들이면 최고!
-이웃들과 관계 : 여러 사람이 마을에 모여 살면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하거나 안 좋은 점도 있다. 이를테면 눈 치우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 이웃들과 실랑이하려면 힘들다. 그러니 각 가정이 담당할 구간을 정하고 형편껏 치운다. 남는 힘으로 다른 구역을 쓸어간다.
-엄청난 폭설이 쌓인다면, 눈을 치울 수 있게 개조한 트랙터가 있다는 데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장비로 해결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수 있으리라 본다.
이상으로 정리를 해 보았네요.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