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가지를 자르면서
짬짬이 밭 둘레 나무를 벤다. 나무가 너무 크면 그늘이 생겨, 밭농사에 지장이 생기니까. 우리 사는
곳은 예전에 누에를 많이 키우는 곳이라 뽕나무가 잘 자란다. 심지 않고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싹이 트고 자란다.
지금 이 곳에 자리 잡은 지 10여년. 해마다 뽕나무 가지를 베어내지만 워낙에 잘 자라 또 벤다. 우선 위로만 솟는 굵은 가지를 먼저 벤다. 땅에 가까운 가지들은 살려, 오디를 딸 수 있게 둔다.
굵은 가지를 베고 나면 이제 잔가지를 정리해야한다. 쓰러진 나뭇가지를 보는 데 느낌이 잔잔하게 밀려온다. 하늘을 향해 골고루 빈틈없이 자라던 나무. 무수히 많은 잔가지들을 보며 올 한 해, 나무 딴에는 참 열심히 자랐지 싶다.
천천히 나뭇가지를 정리한다. 복잡하고 많은 가지를 한꺼번에 다 벤다고 생각하면 일이 부담이 된다. 시간을 두고 시나브로 하나씩 한다.
잔가지들을 한쪽에 가지런히 베어두면 이듬해는 잘 마른 불쏘시개가 된다.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는 구조에서는 작은 불쏘시개가 참 요긴하다. 미리 말린 작은 가지들을 준비해두면 불 때기가 아주 편하다.
뽕나무를 베면 베인 자리에 하얗고 끈적끈적한 진액이 나온다. 이게 옷에 묻으면 잘 안 지워진다. 일하다가 목이 마르면 이 진액(수액)을 혀로 핥아먹는다. 달큰하니 맛있다. 칡 즙 비슷한 맛이기도 하다. 뽕나무를 지탱하는 소중한 영양분이지 싶다. (참고로 우리 사는 곳에 자라는 나무 가운데 진액이 아주 단 나무는 단단풍나무다.)
가장 작은 가지를 낫으로 먼저 벤다. 그 다음 조금 더 굵은 가지 역시 낫으로 벤다. 손가락 두 개 정도 굵기가 되면 낫이 위험하다. 가속도 원리로 낫질을 해야 하는 데 그 순간 깜박 딴 생각이라도 하는 날에는 내 몸을 벨 위험이 높다. 이 때는 안전하게 톱으로 자른다. 손톱을 크게 위험하지 않다. 낫과 달리 그야말로 슬근슬근.
톱으로 가지를 자를 때면 잘린 자리 나이테를 보곤 한다. 이건 몇 년을 자란 건가? 처음 자른 굵은 줄기는 10년이 되었다. 그 다음 줄기는 7년. 이렇게 연수에 따라 가지는 가늘고 작아진다. 젓가락처럼 생긴 작은 가지들은 거의 다 올 한 해 새로 나서 자란 것들이다. 나무 전체로 보면 엄청 많다.
작은 가지를 정리하며 차츰 중심 줄기로 나아간다. 언제 다 하나 싶던 가지들도 웬만큼 정리가 된다. 마지막 굵은 가지는 그냥 둔다. 나무가 마르지 않는 상태로는 진액이 자꾸 나오기 때문에 톱질이 힘들다. 내년 이맘 때 잘 마르면 그 때 톱질을 해서 땔감으로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