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급자족

밭에 딸린 닭장 짓기

모두 빛 2011. 12. 8. 14:31

 

 

 

       

 

       

 

 

두 번째 닭장을 지었다. 닭을 키워보면 적정 공간이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닭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스트레스가 된다. 이를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렇다.

 

닭장에 견주어 닭이 많으면 그리고 닭둥우리가 적으면 닭은 한두 군데 달걀을 낳는다. 다른 닭이 낳은 둥우리에 같이 낳을 때가 많다. 달걀을 꺼내 먹을 때만 생각한다면 이게 편하다.

 

근데 닭이 알을 품을 때는 좋지 않다. 닭 한 마리가 먼저 달걀을 품고 있는데 그 바로 옆에 다른 닭이 또 새로운 알을 낳는다면? 이게 며칠 더 이어진다면? 그럼 나중에는 어미 닭이 품을 수 없을 만큼 달걀이 많아진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품기 시작한 뒤에 낳는 달걀은 그만큼 병아리로 깨어나는 기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으니 어미 닭도 고생이요, 나중에 태어나는 병아리도 어려움이 많다. 이마저도 이삼 일 정도지. 병아리가 몇 마리 먼저 깨어나 움직이면 어미 닭은 깨어난 병아리에 집중하다 보니 나중에 깨어날 병아리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자급자족을 하자면 어미 닭이 병아리를 까서 닭을 이어가야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어미 닭이 알을 품을 때는 집중해주어야 한다. 같은 날 한꺼번에 모아둔 달걀을 한 둥우리에 넣어주고, 다른 닭과 떼어놓아야 한다.

 

한동안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간단히 이동식 닭장을 만들어 이용해왔다. 근데 거의 날마다 관리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탓인지 어느 날은 들짐승이 와서 닭장을 덮치고 말았다. 철망으로 된 문을 물어뜯고 암탉 일곱 마리를 다 죽였다. 아마도 사냥개 짓이 아닐까 싶다. 족제비나 살쾡이 짓은 아니다.

 

고민 끝에 다시 두 번째 닭장을 짓게 된 것이다. 크기는 자재에 맞추어 작게. 피죽을 사려고 제재소에 들렸는데 2미터 20센티 각재를 파는 게 있었다. 낙엽송인데 한 개에 1500원이라고 해서 열두 개를 먼저 사왔다.

 

그러니까 이 크기에 맞추어 가로 세로 2미터 남짓 작은 닭장이 된 거다. 철망도 폭 다섯 자  길이 9미터 짜리로 하니 딱 맞다. 물론 예전에 쓰고 남겨두었던 양철을 닭장 벽면에 씌워 철망이 절약된 덕분이긴 하지만.

 

처음 닭장은 광 옆이지만 이번 닭장은 아예 집 뒤 산밭에다가 지었다. 날마다 물과 모이를 주러 가는 게 쉽지는 않지만 운동한다고 치기로 했다. 산밭에다가 하면 좋은 점은 많다. 농사가 없는 철에는 하루에 두어 시간 정도 닭을 닭장 밖으로 내놓을 수가 있다. 잠깐이나마 밭에서 모이를 주워 먹다가 해가 떨어지면 닭은 알아서 횃대로 올라간다. 닭은 그 어떤 짐승보다 귀소본능이 강하다.

 

거름을 내기도 좋다. 집 마당에서 아래 밭으로 거름을 내는 건 쉽지만 위로 가는 건 기계 힘을 빌리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 이제 산밭에 닭장이 있으니까 이 곳 거름은 여기서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냄새도 해결된다. 집 한 귀퉁이 닭장은 자주 청소해주지 않으면 냄새가 난다. 특히나 여름에는. 게다가 우리는 닭과 토끼를 같이 키우니 더 그런 거 같다. 이제 닭을 분리하니 냄새가 조금이나마 덜 난다.

 

산밭에 떨어져 닭장을 짓다보니 이번에는 좀 튼튼하게 했다. 벽면으로 쥐나 족제비가 파고드는 걸 막기 위해 한 자 정도 땅을 파고 돌멩이를 채웠다. 닭장은 지붕 무게 약해서 태풍에 날아갈 위험이 있는데 벽면을 돌멩이로 채우면 날아갈 위험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 싶다.

 

횃대도 이 단으로 하고 자재는 4센티 정도 되는 각재를 썼다. 모이통은 이중 주름관을 쓰고 일 미터 남짓 남은 게 있어 이를 잘라 썼다. 이 주름관을 1/4 정도만 잘라내어 닭이 모이를 먹데 안에 들어가 헤적거리지 않게 했다. 이를 흙이 들어가지 않고 닭이 모이를 먹을 정도 높이 벽면에 붙였다.

 

닭 물통은 어렵다. 자동 급수가 되면 좋은 데 아직 그럴 실력이 안 된다. 조금 큼지막한 통을 넣데 닭똥과 흙이 안 들어가게 했다. 겨울에 얼면 날마다 물을 주는 수밖에.

 

닭둥우리는 닭장 폭에 맞추어 세 군데를 지었다. 수탉 한 마리에 암탉이 네 마리. 어느 정도 적정 공간이 되었지 싶다. 내년 봄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