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을 넘는 어버이날 어울림
그림쟁이 스콘 레시피와 스콘
아이들이 이번 어버이날에는 채연이네를 초대하고 싶단다. 그 전에 두 번이나 우리 식구가 초대를 받았기에 답례를 겸하고 싶다고.
나야 솔직히 어버이날을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어머니에게 하는 거라곤 전화 한통하고, 마을 분들이랑 술 한잔 하시라고 용돈 조금 보내드리는 게 다다. 그나마 서울 사시는 장모님은 귀가 어두워 소통 자체가 어렵다. 이 쪽 이야기는 거의 못 듣는다. 그리고는 당신이 하시는 말씀 “잘 지내.”만 반복하신다. 힘없이 떨리는 목소리, 이 한 마디를 듣는 게 다다.
근데도 우리 아이들한테는 많은 걸 누리고 산다. 날마다 아이들이 차리는 밥상을 받고 있으니, 일상이 어버이날이다. 그러니 무얼 더 바라겠나.
근데도 아이들이 나서서 두 집 상을 차려내겠단다. 우리 집에 와 있는 그림쟁이까지 나선다. 전날 빵굽기 보조 강사를 해서 무리했기에 늦잠을 자야하는 데도 그림쟁이는 졸린 눈을 부벼 가며 일어났다. 우리 집은 빵 굽는 시설이 없기에 채연이네까지 걸어가서 스콘이라는 요리를 해왔다.
우리 집에서는 탱이와 규현이가 밥을 하고, 수수를 갈아서 부꾸미를 하고, 조개탕을 하고, 취나물을 한다. 워낙 일이 큰데다가 규현이는 밥 심 없이 일하는 걸 힘들어한다. 전날 늦게까지 옥수수를 심은 피로조차 아직 덜 풀린 상태. 그래서인지 아내가 기꺼이 거든다.
거의 11시가 다 되어, 아홉 식구가 어버이날 아점을 즐긴다. 그리고는 그 많은 설거지를 이번에는 채연이와 현빈이가 다 했다. 두 남매가 싱크대에 붙어서 설거지 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은 부쩍부쩍 큰다는 말을 또 한번 실감한다.
밥상을 물리고는 이번에는 차를 마시며 그림쟁이가 구워온 스콘을 후식으로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중한 이웃이고, 아이들 덕에 혈연을 넘는 이웃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