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달걀 꾸러미, 볏짚공예, 거실 인테리어...
입춘 지나고 나니 닭이 제법 달걀을 잘 낳는다. 암탉이 여러 마리인 경우, 병아리를 깨어나게 하자면 사람이 어느 정도 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 여러 마리 암탉이 저마다 둥지를 만들지 않는 한, 한 곳에 자꾸 알을 낳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먼저 품으려는 암탉이 생기고, 나머지 닭들은 품고 있는 암탉 둥지에 계속 알을 낳게 된다. 이러다 보면 나중에 낳는 달걀은 부화가 될 수 없고, 또 알이 너무 많아지다 보면 암탉이 알을 품는 과정에서 충분히 알을 다 굴리기도 어렵다.
알을 낳는 즉시 끄집어내어 따로 보관해야한다. 이런 유정란은 냉장 보관은 절대 금물이다. 살아 숨쉬는 생명이니 그렇다. 게다가 병아리를 깔 목적이니 좀더 정성을 기울이는 게 좋겠다. 요즘 세상은 포장 기술이 발달해서 달걀이 서로 부딪혀 깨지지 않게 꾸러미가 잘 되어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상품화된 포장제에 보관하기보다 옛날 방식을 따라 해보는 것도 나름 뜻이 있을 듯하다. 바로 볏짚을 이용하자는 거다. 볏짚은 자연소재인데다가 가볍고 다루기 좋으며 따뜻하여 잘 만들면 예쁘기도 하다. 좀 근사하게 말하자면 ‘볏짚공예’가 된다.
옛날에 달걀 꾸러미는 공예라는 뜻 이전에 그냥 삶 속에 녹아든 물건이었다. 달걀을 그냥 늘어두자니 구르기 쉽고, 한꺼번에 모아두자니 깨지지 쉽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볏짚으로 꾸러미를 만들었지 싶다. 또한 집집이 만들면서 은근히 경쟁이 되곤 했을 테다. 만드는 김에 누구나 더 잘, 더 튼튼하게, 더 예쁘게 하고 싶어 할 테니까. 오일장에 팔려는 꾸러미는 더 정성스레 만들었을 테다. 볏짚이란 자연 소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그 무엇이 숨어있는데 여기에 사람 손길이 닿아 새로운 물건으로 다시 창조될 때 그 아름다움은 예술적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게다가 삶 자체와 맞물려 있으니 남이 만든 꾸리미와 굳이 견줄 필요 없이 그냥 보는 것만으로 흐뭇하다.
이런 볏짚 문화는 요즘 삶 속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일부 지자체에서 소득사업의 하나로 볏짚 공예를 시도하며 명맥을 이어오거나 아니면 일부 예술인들이 예술적인 접근으로 볏짚 공예를 이어가려 할 뿐이다. 또는 일부 초등대안학교에서는 만들기 수업의 하나로 하기도 한다.
삶과 예술을 결합하고자 하는 건 누구나 소망하는 것일 테다. 나 역시 시골살이를 하려고 마음먹으면서 그 해 겨울에 고향 시골 어르신한테서 볏짚 공예를 익힌 적이 있다. 작은 둥구미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하지만 실제 삶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 뒤 해마다 벼농사를 짓지만 삶이 묻어나는 볏짚 공예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달걀 꾸러미 외에 메주 엮어달기와 시래기 엮어달기 정도다. 이 가운데 달걀 꾸러미는 누구나 만들기도 쉽고, 잘 하면 집 거실이나 주방 인테리어로도 좋겠다.
만드는 요령을 순서대로 적어본다. 이걸 만드는 동안 바깥 날씨가 추워, 꼼꼼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좀더 날이 따스해지면 한 올 한 올 볏짚 만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1-먼저 농약을 치지 않은 볏짚을 한 묶음 구한다.
2-볏짚 밑동에는 겉껍질이 붙어 있는데 이를 벗겨내는 게 일하기도 좋고, 작품도 예쁘게 된다. 겉껍질을 벗기는 요령은 먼저 밑동을 아래로 해서 들었다가 놓기를 반복하면 가지런하게 된다. 이를 이삭 쪽으로 잡고 밑동을 나무 기둥에다가 가볍게 툭툭 친다. 그러다보면 겉껍질이 가볍게 떨어져 나간다. 잘 안 떨어지는 건 손으로 잡고 슬쩍만 당겨도 벗겨진다.
3-2를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 불린다. 마른 볏짚은 딱딱해서 꾸러미를 만들다 보면 자꾸 부서진다. 물을 먹여두면 부드럽게 되어 일하기가 좋다.
4-3을 꺼내어 물기를 어느 정도 뺀 다음, 볏짚을 2~3센티 간격으로 굽혔다 폈다를 반복한다. 자분자분 만져준다는 기분으로. 이렇게 해두면 볏짚이 자유롭게 휘어지면서 잘 끊어지지도 않는다.
5-고른 볏짚 한 모숨, 즉 첫째와 둘째손가락을 동그랗게 서로 만나게 한 정도 만큼의 볏짚이면 꾸러미 하나가 된다. 자, 여기서 나는 전통적인 달걀 꾸러미 만들기와 좀 다른 방식으로 해보고자 한다. 볏짚 공예는 기본만 알면 응용이 무궁무진하지 않는가. 옛날 방식은 밑동을 한꺼번에 가지런히 해서 꾸러미를 만든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 볼 수 있다. 나는 한 모숨을 반으로 갈라 좌우로 놓는다. 그 이유는 나중에 마무리를 쉽게 할 수 있고, 꾸러미가 균형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이 때 한 꾸러미에 달걀을 몇 개쯤 올린 것인가에 따라 좌우로 겹치는 위치가 달라진다. 말이 길어 그렇지 직접해보면 간단하다. 처음 해보는 사람은 우선 달걀 두 개만으로 해보길 권한다.
6-달걀 하나에 5센티 잡고, 달걀을 두 개 놓는다면 10센티. 여기다가 양쪽에 묶어주는 폭을 각각 5센티 정도 잡으면 좌우가 겹치는 부분이 대략 20센티면 된다. 겹치는 왼쪽 부분 5센티쯤에 볏짚 한 올을 가져다가 두 바퀴 정도 돌려 묶는다. 묶는 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면 쉬운데 말로 하자니 좀 어렵다. 잘 안 되면 두 바퀴 정도 돌린 다음 다른 볏짚 사이에 끼운 뒤 이를 다시 반대로 젖혀 한 번 더 꼬아두어도 된다. 나 혼자서 이 모습을 사진에 담자니 어렵다. 오른손으로는 사진기를 잡아야 하니 결국 왼손으로 대충만 잡고 해본 모습이다. 직접 해 보면 어렵지 않다.
7-묶은 곳 다음 쪽으로 달걀이 넉넉히 들어갈 수 있게 공간을 벌려주면서 그 사이에 달걀 하나를 얹는다. 다시 볏짚 한 올로 달걀 중간쯤을 꾸러미 몸체랑 묶어준다. 묶어주고 남는 여유 볏짚은 역시 풀리지 않게 서로 돌려준 다음 꾸러미 몸체 볏짚과 한 덩어리가 되게 잡아준다.
8-두 번째 달걀을 얹고 앞 달걀과 사이에 한 번 더 묶어주면 던져도 빠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지만 꼭 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 달걀을 묶는 건 첫 번째와 같다.
9-필요한 달걀을 다 묶고 남은 여유가 5센티 정도 되는 지점을 처음처럼 볏짚 한 올로 묶어준다
10-이제 양쪽 마무리 새끼 꼬기. 남은 볏짚은 세 가닥으로 나누어 삼단 묶기를 두 세 번 한다. 그 다음부터는 이를 두 가닥으로 나누어, 그 가닥에다가 각각 볏짚 두 올을 새로 가져다가 두 줄 새끼를 가볍게 꼰다.
11-마무리 가위질. 볏짚 공예를 하다보면 작은 지푸라기가 여기저기 삐져나온다. 이를 보기 좋게 가위로 잘 정리해준다. 특히 이를 집안에 들인다면 반드시 가위질을 해서 지푸라기가 집안에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마님에게 쫓겨나는 수가 있다.^^
12-새끼 두 줄을 서로 묶어 적당한 곳에 걸어두면 된다. 내가 걸어둔 곳은 싱크대 앞과 거실 달력 위다.
이상, 글로 설명하자니 제법 길다. 하지만 재미삼아 해보면 어렵지 않다. 조만간 귀여운 병아리를 만난다는 마음으로 하면 더 잘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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