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빛 2010. 12. 28. 06:49

 

이 달은 사람 속에 사는 거 같다. 월 초부터 그랬다. 홈스쿨링 심포지엄 한다고 서울 가는 김에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두루 만났다. 동창회라면 한번도 가지 않았던 내가 30여 만에 처음으로 갈 정도로. 젊었던 패기들 대신 대부분 흰머리를 염색했고, 주름살 뱃살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준다. 아내 모임에도 부부 동반으로 참석을 했고.

 

우리네 삶 자체가 대부분 가족이 함께 하듯이 사람관계도 그렇다. 탱이 친구들을 만나면 이 친구들과 함께 하고, 상상이 친구들을 보면 이 역시 함께 하게 된다. 아이 친구들의 부모 모임도 하게 되고.

 

아이들이 세상으로 뻗어가니 부모는 이제 자식들 흐름에 휩쓸리게 된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 흐름에 휘둘렸겠지만 이제는 그 균형이 바뀌는 거 같다. 서울 서, 심포지엄 끝나고 잠자리를 구하고, 또 만남을 주선한 것은 탱이였다. 덕분에 여러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해서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얼마 뒤 이 친구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여 또 며칠 함께 지냈다.

 

상상이 친구들은 사람에 대한 끈이 더 진득한 거 같다. 중순쯤에 정기 모임을 봉화에서 닷새 정도 하고 다시 뒤풀이 식 모임을 무주로 옮겨 일주일쯤 했으니까. 앞뒤가 이러하니 아이들을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또 아이들처럼 우리 어른들도 어울려보자는 솔직한 마음으로 모임을 가졌다.

 

마을 모임도 잦았다. 내가 반장을 맡고 일년이 지나는 시점이니 마을 회의를 소집하게 되고, 좁은 우리 집에 다 모여 일년을 돌아보고 임원을 바꾸었다. 서로 임원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갑론을박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사람 속에 산다는 걸 새삼 크게 느꼈다.

 

작은 단위 마을 모임이 있는 반면 그 마을들이 모여 좀더 큰 단위 마을 잔치도 했다. 이름 하여 대동제. 여기 네 개 부락이 모여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다. 이 자리는 주민들도 많이 참석하지만 군 의원과 군 의장 그리고 부면장이 다녀갔다. 나 역시 그동안 마을일에 일정 정도 책임을 갖고 일을 해왔기에 군 의원이 오면 만나서 이런저런 마을 일을 이야기 하고, 뒤이어 또 부면장이 오니 또 이야기를 하고...생각지도 않게 감투를 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또 다른 만남은 여기 바로 이웃군인 진안군 동향면에서 이루어진 장터였다. 그러니까 이 곳도 시골이 비어가면서 언제부터인가 5일장이 사라졌었다. 그러다 이번에 귀농자들 중심으로 장터를 열어보자고 했단다. 많은 논의와 준비 끝에 동향면사무소 마당을 장터로 하여 장을 열었다.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고 물건도 이것저것도 사고 인사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 곳만이 갖는, 예기치 않는 만남도 적지 않다. 동네 아이들이 방학이라 우르르 온다거나 마을 산판 일로 차량 통행 제한에 대한 회의를 해야 한다거나, 수도관 매설이 부실하여 물이 터져 흐르니 이웃들을 응급하게 만나서 해결하고...이래저래 사람 속에 살았다.

 

사람 관계를 다시 생각해본다.

사람 속에 있어도 사람이 그립더라.

보고 싶은 사람을 더 자주 볼 수 있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