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연과 하나 되기
고라니 고라니 때문에 골이 나
빛숨
2010. 7. 27. 20:52
고라니, 참 대책없는 짐승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밭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몇 해 전부터인가 나타나기 시작. 처음에는 콩잎 조금 먹고 말았다.
큰 피해가 없으니 넘어갔다.
그런데 그 다음해부터 점점 심해진다.
마을 어른들 이야기를 듣고 허수아버도 만들어 세웠다. 해봤자 일주일도 안 간다.
그 다음엔 울타리를 치는 게 좋다고 해서 쳤다. 이건 한 달이다.
올해는 울타리에다가 허술하다 싶은 곳에는 망까지 첬다.
그런데도 뚫고 들어온다.
요즘은 한창 콩꽃이 핀다. 꽃이 피기 전에는 순을 질러주고 잎을 먹어도 좋다.
그런데 꽃이 핀다는 건 임신한 거나 다름이 없다.
이 때는 잎 한 장 한 장이 소중하다.
그런데 어찌하랴.
밤을 낮삼아 밭을 노리고 들어오는 고라니를.
화를 내보기도 하지만
결국 나만 손해이니 참는다.
요즘은 거의 날마다 소낙비가 내린다.
비가 멈춘 뒤 해가 나고
무지개가 뜨곤 한다.
무지개는 언제봐도 좋다.